최태원 SK 회장이 인수했다면…10배 넘게 벌었을 美 기업 [황정수의 테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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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팹리스 AMD 노렸던 SK
고심 끝에 인수 포기
이후 AMD 승승장구
팹리스 야망 못 버린 SK
사피온 통해 AI 반도체 도전장
SKT "신사업은 꼭 가야할 길"
고심 끝에 인수 포기
이후 AMD 승승장구
팹리스 야망 못 버린 SK
사피온 통해 AI 반도체 도전장
SKT "신사업은 꼭 가야할 길"

AMD 죽 쑬 때 인수 검토...
SK텔레콤이 AMD 인수를 추진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비밀리에 추진됐기 때문이죠. M&A 얘기가 오고 간 시점은 하이닉스반도체(지금의 SK하이닉스) 인수로 재미를 본 이후로 전해집니다. AMD가 인텔과의 경쟁에 밀려 죽을 쑤고 있던 시점이었죠. SK는 고민 끝에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인텔이란 거인을 상대로 싸워야하는 AMD에 대해 '승산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그룹에 현금이 부족한 측면도 있었겠죠.
AMD 시총, SK텔레콤+SK하이닉스의 2배 넘어
주가도 수직상승했습니다. 2018년 상반기까지는 10달러대를 왔다갔다했습니다. AI 시대가 성큼 다가오며 반도체 업체들이 수혜주로 꼽혔습니다. AMD도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AI 반도체 시대에 대비했습니다. 지난해 주가는 장 중 164.46달러까지 올랐습니다.올 들어 반도체주가 힘을 못 쓰며 주가도 88.10달러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시가총액은 1427억달러(약 187조원)에 달합니다. SK텔레콤(약 11조4000억원)은 물론 SK하이닉스(72조8000억원) 시총을 합쳐도 AMD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SK텔레콤, '사피온' 출범시켜 AI반도체 도전장
AMD를 놓친 아쉬움 때문일까요. SK텔레콤은 팹리스 사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SK가 SK하이닉스를 통해 반도체사업을 하는 건 다 알고 계실텐데요. '사피온'이란 업체를 통해 AI 반도체 개발 및 판매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원래 SK텔레콤 자회사였는데 작년말 분사했습니다.미국 팹리스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 류수정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피온은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AI의 추론은 학습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고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통신 의존도 낮추고 신사업 확장에 주력
사피온은 제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0년 SK텔레콤이 내놓은 AI 반도체 'X220'이 사실상 사피온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엔 X330이란 새로운 AI 반도체를 출시한다고 합니다.원래 반도체 기업도 아닌, '통신사'에서 출발한 작은 조직이 세계적인 팹리스 강자이자 AI 반도체 시장을 90% 이상 갖고 있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낸 것입니다.
SK그룹도 반도체 사업에 '진심'인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고위 관계자에게 "사피온이 엔비디아를 이길 가능성이 있겠냐. 진짜로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냐, 흉내만 내는 것이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겠냐. 현재 AI 반도체는 뚜렷한 승자가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를 갖고 있는 SK그룹이 실력 있는 팹리스까지 갖게 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하더군요.
업계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저는 한정된 국내 통신시장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SK텔레콤의 사업 확장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가능성을 보고 일단 도전해보는 게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황정수 기자입니다.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거쳐 이달 초부터 통신, 포털, 게임, 외국계 IT 기업을 담당하는 산업부 테크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지난주부터 테크톡(tech talk)을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분석을 더 해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