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노조 파업기간 대립·앙금…대우조선지회, 금속노조 탈퇴 투표도
대우조선 파업종료 하청노조 "이러려고"…'노노갈등' 더 키웠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장기 파업은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됐으나 이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의 상흔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하청지회 노조원 약 120명은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을 벌였다.

이후 파업이 장기화하며 지난달 22일부터 옥포조선소 1독(선박건조장)에서 생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을 점거한 뒤 철장·난간 농성을 시작하자 노노 갈등의 불씨가 지펴졌다.

원청 노조인 대우조선지회 내부에서는 금속노조 가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대우조선지회는 하청노조 파업 장기화로 잔업 및 특근 축소, 근무시간 단축 등 임금 손실이 크고 회사의 재정적 손해까지 불어나 노사 양측 모두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조선하청지회의 편을 들면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의 피해에는 관심이 없어 굳이 금속노조 소속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자는 조직 형태 변경 총회를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하청노조가 중심이 된 집회에 대우조선지회가 맞불 집회로 응수하거나 대우조선 조합원이 금속노조 현수막을 훼손하는 등 양측 갈등은 점차 악화했다.

다행히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가 하계휴가를 앞둔 22일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노노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 개표는 부정투표 의혹 때문에 파행됐다.

대우조선지회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하계휴가가 끝나면 법원 판단 및 지회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개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이후 경우에 따라 대우조선지회가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하면 대우조선은 산업별 노조와 기업형 노조라는 복수노조 체제로 쪼개질 수 있다.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협력업체 노사와 별개로 원청이 이번 파업 여파로 인해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반대 여론이 우세한 편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파업의 책임이 하청노조에 있다고 판단해 싸늘한 눈초리로 대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다.

하청노조는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파업 종료만 재촉한 대우조선지회가 곱게 보일 수 없다.

같은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일하는 원하청 노조원들이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앙금을 털어버리지 못하면 두 집단 사이는 악화 일로만 걷게 되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