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주요 수송로인 ‘노르트스트림1’을 재가동하겠다면서도 공급량 축소 가능성을 경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튀르키예(터키) 정상과 회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늘 책임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모든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지난 11일부터 열흘간 정기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제재 해제를 압박하기 위해 21일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직접 노르트스트림1 재가동을 거론하면서 유럽 내 ‘가스대란’ 우려가 일단 해소되는 분위기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공급량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서방 세계에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작동하던 가스터빈이 두 대로 하루에 6000만㎥를 수송했는데 수리를 맡긴 터빈 한 대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하루 수송량이 3000만㎥로 줄어든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루 3000만㎥는 노르트스트림1의 최대 공급량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재개할 공급량이 하루 1억6000만㎥인 노르트스트림1의 공급 능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EU는 러시아의 공급 차단에 대비해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천연가스 사용량의 15%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기존의 40%로 줄였다. 독일 지멘스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지멘스에너지는 터빈 수리를 캐나다 전문 업체에 맡겼는데, 캐나다 정부가 대러 제재를 이유로 터빈 반환 여부를 고심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캐나다는 최근 항공편으로 터빈을 독일로 운송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푸틴 대통령은 가스프롬이 이와 관련한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