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포드이코노믹스가 개발한 공급망압력지수를 인용해 미국에서 공급망 경색이 풀리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지수는 운임, 재고량, 인건비 등의 지표를 통합해 미국 공급망의 혼란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20에 가까울 수록 공급 측면의 병목현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지난달 1일 기준 미국의 공급망압력지수는 14.9로 집계됐다. 1년 전(10.9)에 비해 여전히 높지만 지난 3월(17.1) 고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해상 운임도 꺾였다. 온라인 화물운송 가격 서비스업체인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난 10일 기준 1FEU(1FEU는 길이 12m 컨테이너 1개)당 7400달러(약 970만원)를 기록했다. 작년 5월 중순 해상 운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관할하는 12개 지역의 경제 상황을 담은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공급난 완화의 신호가 감지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Fed가 베이지북에서 ‘부족(shortage)’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횟수가 지난 3월(59회) 이후 3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이달 1일 기준으로는 26회로 지난해 3월(31회)과 비슷했다.
이외에도 미국인들의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점차 이동하는 현상도 공급망 개선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던 상품 부문의 압력이 마침내 완화되기 시작했다”며 “다만 이 현상은 상품 수요 둔화에 힘입어 발생하고 있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키엘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동부 해안과 북유럽 항구의 혼잡도가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재유행, 연말 상품 수요 증가, 파업 등에 따라 공급망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Fed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9.1% 상승했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1%포인트 인상론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이 경기침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Fed 내에서 0.75%포인트 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