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한 나를 칭찬합니다"…'6만전자'에 개미들 환호
"6층이에요. 이웃주민들 탑승하세요. 쭉쭉 올라갑니다."

삼성전자가 한 달여 만에 '6만전자'를 되찾으면서 투자자들도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이 모처럼 우리 반도체 업황에 온기를 불어넣으면서다. 2분기 실적시즌을 기회로 삼성전자가 추세적 반등에 나설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15일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2500원(4.35%) 오른 6만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5만8400원에 출발한 주가는 꾸준히 상승폭을 키우면서 장 막판 6만원선에 진입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6만원선을 회복한 건 지난달 16일(6만900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긍정적인 재료가 나오자 국내 대표 종목도 이른바 '과매도 인식' 속에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92% 상승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호실적을 내놓자 그간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가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올랐다.

TSMC는 2분기 호실적에 더해 3분기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TSMC는 3분기 가이던스로 매출 198억~206억달러와 매출총이익률(GPM) 58.5%, 영업이익률(OPM) 48%를 내놨다. 이는 매출 186억달러, GPM 56%였던 기존 추정치(컨센서스)를 큰 폭 웃도는 수치다.

주가를 띄운 주체는 외국인이다. 이날 하루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2638억원, 540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 홀로 3206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5% 뛴 SK하이닉스와 함께 각각 외국인 순매수 상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삼성전자가 하루 만에 한 달 전의 주가를 되찾자 개미들은 들뜬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상승 시동을 걸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에 미국의 물가 폭등 등의 여파로 연초 이후 지난 14일까지 무려 26.56%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 낙폭(22.01%)보다도 크다.

포털 등의 삼성전자 종목게시판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7층에 사람 있으니 고속으로 와주세요', '일찍 매도했는데 후회된다. 지금이라도 6만원일 때 사야할까요', '아직 손실률 15%가 넘는데 오랜 만에 앞자리 6을 봐서 그런지 기분이 정말 좋다' '그동안 물타기해온 나 자신을 칭찬한다. 계속 오를 것 같으니 꾸준히 물타기한다', '8월에는 7만전자, 전쟁 끝나면 10만전자 가자' '아직 가야할 길 멀지만 일단은 지금 장에 6만전자 재진입한 게 장하고 기특하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증권가 전망도 신중론보다는 낙관론이 우세해 보인다. 낙폭이 과대했던 만큼 향후 업황 회복에 따라 강한 반등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 평가가치(밸류에이션)는 상반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 중인 가운데 추가 성장동력에 대한 의구심은 있지만 파운드리와 스마트폰 시장 모두 시간이 갈수록 상승 요인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 저평가 매력과 파운드리 잠재력을 감안할 때 현 주가는 과매도 상태라는 평가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의 주가 하락은 디램시장 우려를 충분히 반영했다. 디램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3분기 조정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고 부진한 모바일은 2분기가 저점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5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