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홍콩거래소에 워런 버핏의 BYD 지분 매각설이 불거졌다. 사진=로이터
지난 12일 홍콩거래소에 워런 버핏의 BYD 지분 매각설이 불거졌다. 사진=로이터
"이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으면 결국 후회할 겁니다."

"BYD 창업주, 에디슨+잭 웰치 합친 인물…예사롭지 않아"

14년 전 세계적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이같은 대담한 조언을 한 사람은 단짝이자 오랜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추천한 회사는 바로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입니다. 멍거 부회장은 베이징 하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2008년 7월 말,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으로 날아가 왕촨푸(Wang Chuanfu)가 이끄는 BYD 생산 공장과 기술 박물관 등을 둘러봤습니다. 이로부터 약 두 달 뒤인 2008년 9월말 금융위기 한파가 불어닥칠 무렵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BYD의 지분 10%를 사들였습니다. 총 2억2250만주, 18억홍콩달러(2억3200만달러)어치였습니다. 이후 BYD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왕촨푸 BYD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바이두
왕촨푸 BYD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바이두
당시 멍거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BYD 창업주 왕촨푸 회장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을 합쳐 놓은 인물"이라고까지 평가했습니다. BYD는 1995년 배터리 회사를 다니던 왕촨푸 회장이 사촌형으로부터 250만위안(4억3000만원)을 빌려 설립한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휴대폰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였지만 2003년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며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버핏의 투자 이후 BYD는 단숨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3월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전기차 합작사를 설립하고 전기차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BYD는 자체 기술 개발과 뛰어난 가격경쟁력, 중국 정부의 탄탄한 지원에 힘입어 2015년 테슬라, 닛산, BMW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로 성장합니다.
BYD 가 판매중인 전기차 2022款唐EV 모델. 사진=BYD 홈페이지
BYD 가 판매중인 전기차 2022款唐EV 모델. 사진=BYD 홈페이지

테슬라 제친 세계 1위 전기차…상장후 주가 27배 '껑충'

BYD가 세계적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로 성장하면서 2002년 홍콩에 상장된 주식 가치는 주당 10.95홍콩달러(공모가 기준)에서 주당 297홍콩달러 수준(지난 15일 기준)으로 뛰었습니다. 20년 사이에 약 27배 불어난 것입니다. 올 들어서도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15일 연저점 166.90홍콩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실적도 좋습니다. BYD는 지난 4월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중단 선언을 하고 친환경차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판매한 전기차는 전년 대비 300% 급증한 64만100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56만4000대를 판 테슬라를 넘어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등극했는데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 채비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홍콩 거래소의 상장 주식 결제시스템(CCASS)에 따르면 씨티그룹에 위탁된 비야디의 주식 수가 1억6337만주에서 3억8887만주로 2억2250만주 늘어났다. 자료=바이두 캡처
지난 11일 홍콩 거래소의 상장 주식 결제시스템(CCASS)에 따르면 씨티그룹에 위탁된 비야디의 주식 수가 1억6337만주에서 3억8887만주로 2억2250만주 늘어났다. 자료=바이두 캡처
그런데 지난 12일 BYD의 주가는 돌연 12%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이날 BYD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 중심의 H주에서 11.93% 급락한 270.2홍콩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중국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A주도 4.72% 뚝 떨어진 309위안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투자업계에서는 버핏의 BYD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폭락 전날인 지난 11일 홍콩 거래소의 상장 주식 결제시스템(CCASS)에 따르면 씨티그룹에 위탁된 비야디의 주식 수가 1억6337만주에서 3억8887만주로 2억2250만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CCASS에 주식이 올라와 있다고 해서 즉각 매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매도 전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식 거래 전 단계로 해석합니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인 웨스턴캐피털은 현재 BYD H주 2억2500만주를 보유 중입니다. 버핏이 보유한 BYD 주식 수와 정확히 일치해 매각설이 흘러나온 것이죠.

투자자 "단순한 루머다" VS "지연 공시 아니냐" 분분

쏟아지는 관심에 BYD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홍콩증권거래소와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대주주가 지분을 사거나 팔면 거래소에 신고해야 하는데, 홍콩거래소에 관련 현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 경영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기차 판매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단순 루머라 치부하는 분위기입니다. 둥베이증권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홍콩거래소 규정 변경에 따라 실물증권을 전자증권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전자증권은 씨티, 모건스탠리 등 증권사 소유의 CCASS 계좌에 등록돼야 하기 때문에 씨티가 위탁 보관하는 BYD 주식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홍콩거래소에서 실물증권에서 전자증권으로 변경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는 헤지펀드에 주식 대여를 위해 시티은행 창구로 주식을 이관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는 관측도 있습니다.
지난 11일 버핏의 BYD 매각설에 주가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자료=동방재부망
지난 11일 버핏의 BYD 매각설에 주가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자료=동방재부망
그러나 일각에선 과거 버핏이 중국 정유사 페트로차이나 매각 때처럼 지연 공시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7년 버핏은 페트로차이나 주식 전량을 처분하면서 매각설에 함구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그해 7월부터 9월까지 7차례나 페트로차이나 보유 지분을 줄이고 10월 전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신고를 보름 가까이 늦게 해 투자자들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합니다. 이후 홍콩거래소 측에서 버핏이 우편으로 신고했다며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요. 그 뒤로 중국 증감위는 2017년 7월 전자신고제를 도입하며 우편 등으로 인한 지연신고 허점을 개선했습니다.

현재 홍콩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지분이 일정수준 이상 변동시 3거래일 이내 공시를 내야 합니다. 현재 공시된 사항은 없어 버핏이 진짜 BYD 주식을 팔았는지 진위 여부를 파악하려면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