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취약한데도 보호자 반발로 대면 면회 유지…방역강화 필요
"다시 재앙 닥칠까" 코로나 재유행에 요양병원 '전전긍긍'
"지난 코로나19 사태 당시 요양병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다시 같은 사태가 반복될까 두렵습니다.

"
부산 중구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이모 씨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7월 초순만 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600명을 넘나들었지만, 최근에는 1천명을 넘어 이달 12일 2천665명, 13일 2천503명, 14일 2천358명, 15일 2천534명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에 퍼진 것으로 확인된 코로나19 BA.2.75(일명 켄타우로스) 변이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변이보다 강력한 전염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파악돼 더 불안하다.

이씨는 "요양병원 직원의 가족이 감염돼 병원에 나오지 못하고 격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당장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언제 환자들에게 덮칠지 몰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다른 지역에 있는 요양병원이나 대학 병동에서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는데 다음이 우리 차례는 아닐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재앙 닥칠까" 코로나 재유행에 요양병원 '전전긍긍'
요양병원은 특성상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 중증 환자의 경우 마스크조차 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지금도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매주 의무적으로 PCR 검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A씨는 "요양병원은 확진자가 나오면 순식간에 퍼질뿐더러 엄청난 의료인력이 투입되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파장이 크다"며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시 재앙 닥칠까" 코로나 재유행에 요양병원 '전전긍긍'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지침에 따라 요양병원에 대한 대면 면회가 허용된 상태이지만, 이를 잠시 중단하는 면회객도 있다.

80대 노모를 요양병원에 위탁한 김모(59)씨는 "2년 가까이 어머니를 못 뵌 게 죄스러워 지난 몇 달 동안은 쉬는 날이면 매주 찾아뵀다"면서 "식당에서 일하다 보니 손님과 마주할 일이 많아 혹시 어머니에게 바이러스가 옮을까 싶어 당분간은 가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시 재앙 닥칠까" 코로나 재유행에 요양병원 '전전긍긍'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대면 면회를 중단하고 바이러스 유입을 선제적으로 막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가 요양병원 대면 면회를 여전히 허용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면회를 중단해버리면 보호자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요양병원 직원 이씨는 "일선 병원에서 대면 면회를 중단하려고 하면, 보호자들이 보건소 등 방역 당국에 확인한 뒤 '왜 면회가 안 되냐'며 병원에 항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생길 경우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해 정부에서 대면 면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