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 급등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점은 변수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꺾인 상황이어서 1%포인트 인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7월 1%포인트 인상론 부상

Fed 이달 금리인상 0.75%P냐 1%P냐…경기침체 우려가 변수
6월 CPI는 5월에 이어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 평균 예상치(8.8%)를 크게 웃돌았고 월가에서 가장 높은 예상치(도이체방크, UBS)인 9.0%보다도 높았다. 지난달 가격이 급등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5.9% 올라 시장 예상치(5.7%)를 제쳤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3% 뛰었다. 사상 최고치인 3월(11.6%)에 육박하며 전달인 5월(10.8%)보다 높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여파가 반영됐다.

인플레 쇼크에 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넘는 강력한 긴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연 1.5~1.75%인 기준금리를 연 2.5~2.75%로, 단번에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14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7월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확률을 85% 이상으로 봤다. 6월 CPI 발표 전날인 12일 7.6%에서 대폭 상승했다.

Fed가 9월 0.75%포인트를 추가 인상할 확률도 12일 2.4%에서 80% 이상 치솟았다. 9월이면 기준금리가 연 3.25~3.5%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3.4%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측대로라면 이 시기가 3개월 앞당겨진다.

Fed 내부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 13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5월 보스틱 총재는 “9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같은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7월 금리 인상폭은 75bp(1bp=0.01%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아지고 소비 지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더 큰 폭(100bp)의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 둔화 조짐 커지고 있다”

‘1%포인트 인상’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징후로 불리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7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6월 CPI가 발표된 13일 미국 2년물 국채 금리와 10년물 금리 차이는 장중 23bp까지 벌어졌다. 2000년 9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다. 2년물은 전날보다 오른 연 3.14%대에서, 10년물은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연 2.9%대에서 거래됐다.

Fed가 발간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도 경기침체 우려가 담겼다. 베이지북은 “경제 활동은 5월 중순 이후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늘었다”며 “그러나 몇몇 지역은 수요 둔화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5개 지역에서는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노무라증권 등이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BoA는 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고, 내년은 연간 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실업률은 현재 3.6%에서 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