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지회, 금속노조 탈퇴 본격 논의…"노조비 내고도 지지 못받아"
금속노조 난색, 조직 축소 우려…"탈퇴 막을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
대우조선노조 다른 배 탈까…하청노조 장기 파업에 '딜레마'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같은 산별노조에 속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극명한 견해차를 보이던 두 지회는 결국 다른 배를 탈 상황에 놓였다.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3일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자는 조직 형태 변경 총회 소집 요구 건을 조합원들로부터 접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조직 형태 변경 요구에 서명한 조합원은 1천970여명으로, 전체 4천720여명의 41%에 이른다.

대우조선노조 다른 배 탈까…하청노조 장기 파업에 '딜레마'
◇ "노조비 내고도 지지 못 받아"…'팀킬' 불만
탈퇴를 요구한 조합원들은 금속노조가 조선하청지회의 편을 들면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의 피해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파업 장기화로 선후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상황에 닥쳤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내부 관계자는 "매달 꼬박꼬박 금속노조에 노조비를 내고 있는데도 금속노조가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에만 힘을 실으니 '팀킬'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대우조선지회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하청지회를 살리려는 입장은 백번 이해하지만, 그 결정으로 회사가 회복 불능 상태로 가고 대우조선지회가 분열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며 경고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하청노동자 파업을 모든 노동자의 투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몫"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노조 다른 배 탈까…하청노조 장기 파업에 '딜레마'
◇ 탈퇴 논의에 금속노조도 난색…"최대한 설득"
금속노조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지회의 탈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전체 조합원 1만8천명 중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무려 4천720여명을 차지한다.

대우조선지회가 빠지게 되면 조직 규모가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청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불만을 가져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도 문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산별노조의 존재 이유로 봤을 때,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로는 노동자의 처우를 궁극적으로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조선하청지회 파업 지지도 노동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지회가 기업형 노조로 바뀌게 되면 하청노동자 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대우조선 매각 문제 등 현안을 푸는 데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가능하면 탈퇴를 막을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지회는 7일 이내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조직 형태 변경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