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 물가에 100bp 인상? JP모건 '허리케인'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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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9%대 물가 현실화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9.1%, 전월 대비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8.6% 1.0%)뿐 아니라 월가 예상(8.8%, 1.1%)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한 달 만에 1.3% 올랐다는 건 1년이면 17.1%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수치도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0.7% 올랐습니다. 역시 5월(6.0%, 0.6%) 수치나 시장 예상(5.8%, 0.6%)을 모두 상회했습니다. 근원 수치 5.9%는 지난 3월에 기록했던 6.5%보다는 낮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정점은 지났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편안함을 주기에는 너무 뜨겁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15일 "우리가 보고 싶은 건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의 연속적인 월별 감소(a series of declining monthly readings for inflation)"라면서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 강력한 증거를 볼 때까지 승리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월 대비 근원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내려와야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5월 0.6%보다 더 높은 0.7% 상승한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연율로 따지면 8.8% 치솟는 것입니다. 시카고대의 오스틴 굴스비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전월 대비 근원 물가가 올라갔다는 것은 Fed가 계속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투자자들은 안전띠를 단단히 묶어라"라고 말했습니다.
세부 내용도 좋지 않습니다. 에너지(7.5%↑)와 음식료(1.0%↑)가 오른 것은 예상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상품 물가도 여전히 전월 대비 2.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차가 0.7%, 중고차가 1.6% 상승한 게 컸습니다. 의류마저 0.8% 올랐습니다. 월마트, 타깃, 갭 등은 재고가 넘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전히 상품 물가는 상승 중인 것입니다.
④ 계속 올라가는 주거비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물가도 0.9% 올랐습니다. 특히 끈적끈적하게 지속하는 물가 요인인 주거비가 0.6%로 5월(0.5%↑)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습니다. 주거비 중 렌트는 0.8%, 집주인의 등가임대료(OER)가 0.7% 상승했습니다. 주거비는 CPI의 32%, 근원 CPI의 40%를 차지하는 비중 큰 요소입니다. 게다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최소 12개월 이상 상승세가 이어지는 지속하는 요소죠.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렌트는 지난 1년간 17.5%,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집값은 20.4% 오른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란 뜻입니다. 이는 주거비만으로도 최소 2% 이상 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란 뜻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주거비는 가장 크고 가장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범주의 하나다. 36년 만에 가장 높은 렌트는 하반기에 기준금리 경로에 상승 위험을 제기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호텔 숙박비는 2.8%, 항공료는 1.8%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항공료는 여전히 매우 높습니다. 전년 대비 56% 상승한 상태입니다.
⑤ 줄어드는 실질 임금
지난주 고용지표에서 6월 시간당 임금은 5.1% 증가했습니다. 임금도 오르고 있지만, 9%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은 40년 만에 빠른 속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평균 시간당 수입은 전년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들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이런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사회적 안정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치가 발표된 직후 뉴욕 금융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소폭 상승하던 뉴욕 증시의 주요 선물지수는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는 솟구쳤습니다. 미 국채 2년물은 한때 15bp가 뛰어 3.219%까지 올라갔고 10년물 금리는 3.07%까지 뛰었습니다. 달러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다시 108.57까지 올라갔습니다.
에버코어ISI는 "7월에 100bp 인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과 기대치에 즉각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금리를 지나치게 올릴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럴 가능성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6월 이후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최근 몇 개월 동안 임금 상승세가 완만해짐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은 한 달 전처럼 암울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달 100bp 인상에 대한 추측은 옳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명확히 하자면 우리의 기본 예측은 100bp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놀랄 정도로 높은 CPI 수치는 FOMC가 100bp 인상을 원하면 그러한 움직임을 위한 문을 열어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는 1%대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은 금세 하락 폭이 2%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 20분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11시가 조금 넘어선 플러스권으로 회복됐습니다.
이날 2년-10년물 간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한때 23bp까지 벌어져 수익률 곡선 역전이 대폭 심화했습니다. 2000년 9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입니다. 이는 경기 침체의 징후입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PI는 통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Fed가 할 수 있는 건은 경기 침체를 일으키는 것밖에는 없다는 게 중요하다. 내년 초가 되면 우리는 약간의 경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시각은 좋지 않은 쪽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7월 FOMC가 얼마나 올릴지 보자. 100bp이어야 할 수도 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걱정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기자들이 '100bp 인상할 수 있냐'라고 묻자 "모든 것이 작동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게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그는 "6월 인플레이션은 물가의 경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고 있고 이를 위원회로 가져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FOMC 투표권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놀랐습니다. 그는 지난 5월에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도이치뱅크는 "Fed가 100bp를 인상하기를 원한다면 (시장에 알릴)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내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금요일에 연단에 선다. 그들이 이를 띄우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면 7월에 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충격적으로 높은 수치지만 뉴욕 증시가 잘 버틴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세에 기인합니다. 이 수치가 나온 6월 중순 이후 유가가 크게 내렸다는 것이죠. 모건스탠리의 엘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물가 보고서는 5월에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하게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면서도 "물가 전망은 여기에서 약간의 감속을 가리킨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원자재 및 소매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7월에 급격히 반전될 가능성이 있어 다음 달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캘리 글로벌 전략 헤드는 "매우 뜨거운 물가지만 이번이 인플레이션 폭염의 마지막 뜨거운 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물가는 나왔고,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어닝시즌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날 2분기 실적을 공개한 델타항공의 매출은 138억2000만 달러로 예상 135억7000억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EPS는 1.44달러로 예상 1.73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싼 연료비와 5~6월 조종사 부족 등으로 인한 4000여 편 운항취소 탓입니다. 3분기 가이던스는 유지했습니다. 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5%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델타는 승객이 줄어들 조짐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날 CPI에서 발표된 항공료 가격 하락은 불안 요인이었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항공권 가격은 6월에 1.8% 떨어졌는데, 항공유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이 떨어질 여력이 있다. 그리고 호텔 숙박비가 2.8% 내린 건 가격결정력의 힘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델타항공의 주가는 이날 4.53% 내렸습니다.
이번 어닝시즌과 관련해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투자자들이 알아둬야 할 것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먼저, 2분기 S&P500 기업의 EPS는 월가 추정과 비슷한 55달러, 전년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향후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 약화가 지속해서 초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하반기 EPS 컨센서스는 너무 높아 최소 20달러 이상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두 번째, 어닝시즌 초기에 실적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전체 결과를 대표할 것으로 봤습니다. 2012년부터 따져보면 초기 기업들이 전체를 대변하는 상관관계가 70%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 초기 기업들은 61%가 EPS에서 추정치를 상회하고 매출은 78%에 달하고 둘 다 상회하는 곳은 5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지난 1분기보다 약화한 것인데요. 1분기 EPS 상회율은 70%였습니다. 다만 역사적 평균보다는 높을 것으로 봤습니다.
네 번째, 기업들이 내놓는 가이던스는 약화되고 있고 이익 추정치는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석 달간 나온 가이던스를 분석하면 월가 추정보다 좋은 가이던스가 나쁜 가이던스의 0.6배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다섯 번째,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한 달러 강세의 역풍이 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분기에만 달러가 전년 동기보다 13% 절상됐습니다. 이는 매출에 2%포인트 타격을 가할 것이고, 매출 증가율은 1분기 15%에서 2분기에는 10%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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