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이자 비용 불어난 기업들…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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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비중 높은 중소기업 타격 클듯…"기업 대출비용 4조원 증가 전망"
항공·자동차·정유 등 업종 '우려'…중기중앙회 "중소기업 부도위기"
산업팀 =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졌고, 대출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인상하는 빅 스텝을 결정했다.
한은이 통상적 인상 폭(0.25%p)의 두 배인 0.50%p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는 것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 기업 대출비용 3조9천억원 증가 전망…중소기업 타결 클 듯
비록 기업들은 한은의 이번 빅 스텝 가능성을 예상하며 대비해왔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최근 고물가와 고환율, 경기침체 우려 등 복합위기 속에 놓여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한층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적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설 투자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이미 빌린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을 대기업보다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는 빅 스텝 이후 대기업의 부담은 1조1천억원, 중소기업은 2조8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아진 이자비용 부담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한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코로나19 사태 위기 이전인 2019년의 12.4%보다 약 3.6%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금리 인상이 가계의 이자 부담을 늘려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사업 불확실성에 대비해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 항공·자동차·정유 '우려'…중기중앙회 "중소기업 부도 위기"
업종별로는 항공업계에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평균 금리 1%가 인상될 때 대한항공은 450억원, 아시아나는 328억원의 이자 비용이 각각 증가한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p 올린 만큼 단순 계산으로도 대한항공은 225억원, 아시아나는 164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화물 운송이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를 낸 대형 항공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여객 감소로 적자의 늪에 빠진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욱 심각하다.
여객 감소로 인해 적자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재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영구채 발생 등 자본 확충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자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해외 노선을 속속 재개하면서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가려던 시점에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까지 보이면서 앞으로도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도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은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할부 상품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에 새 차 구매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국내 중소기업 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대체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산금리도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시중 은행들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9월 말 종료될 예정인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조속히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항공·자동차·정유 등 업종 '우려'…중기중앙회 "중소기업 부도위기"
산업팀 =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졌고, 대출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인상하는 빅 스텝을 결정했다.
한은이 통상적 인상 폭(0.25%p)의 두 배인 0.50%p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는 것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 기업 대출비용 3조9천억원 증가 전망…중소기업 타결 클 듯
비록 기업들은 한은의 이번 빅 스텝 가능성을 예상하며 대비해왔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최근 고물가와 고환율, 경기침체 우려 등 복합위기 속에 놓여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한층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적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설 투자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이미 빌린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을 대기업보다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는 빅 스텝 이후 대기업의 부담은 1조1천억원, 중소기업은 2조8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아진 이자비용 부담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한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코로나19 사태 위기 이전인 2019년의 12.4%보다 약 3.6%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금리 인상이 가계의 이자 부담을 늘려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사업 불확실성에 대비해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 항공·자동차·정유 '우려'…중기중앙회 "중소기업 부도 위기"
업종별로는 항공업계에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평균 금리 1%가 인상될 때 대한항공은 450억원, 아시아나는 328억원의 이자 비용이 각각 증가한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p 올린 만큼 단순 계산으로도 대한항공은 225억원, 아시아나는 164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화물 운송이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를 낸 대형 항공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여객 감소로 적자의 늪에 빠진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욱 심각하다.
여객 감소로 인해 적자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재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영구채 발생 등 자본 확충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자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해외 노선을 속속 재개하면서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가려던 시점에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까지 보이면서 앞으로도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도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은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할부 상품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에 새 차 구매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국내 중소기업 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대체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산금리도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시중 은행들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9월 말 종료될 예정인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조속히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