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방시설 관리 소홀이 피해확산에 영향"
"방화범, 올해 1월께 휘발유 구입하고 범행 준비한 듯"
"방화범, 변호사 사무실 불바다 만들겠다" 글 남겨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사건 건물주 등 불구속입건
지난달 9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과 관련해 불이 난 건물의 건물주 등이 처벌을 받게 됐다.

대구경찰청은 불이 난 건물의 주인 A씨 등 건물관리에 책임이 있는 5명을 소방시설법·건축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입건된 사람은 건물주와 건물관리인 2명, 사설소방점검업체 관계자 2명이다.

이들은 평소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와 유도등 등을 사무실 벽으로 가로막은 채 건물을 사용하거나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짧은 시간에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거나 소방시설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해왔다.

이에 건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해당 건물 관리일지 등을 압수하고, A씨 등을 소환해 건물 관리에 위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건물 각층의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 등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개방되어 있지 않고, 구획된 사무실 벽에 가로막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화재 당시 다친 피해자 상당수는 비상구 및 비상계단의 존재나 위치를 모르고 있었고, 일부 피해자는 대피하는데 어려움도 겪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건물은 소방서 점검 대상이 아니어서 사설 업체에서 소방점검을 받아 왔고,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점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사건 건물주 등 불구속입건
불이 난 건물에는 지하 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됐고, 다른 층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6층 이상 건물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가 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관련 법은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천씨의 주거지 등에서 확보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올해 1월께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불바다로 만들기 위해 휘발유와 식칼을 구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1월께 남겼다.

그러나 카드 사용 내역 등도 분석했으나 정확한 구입장소는 확인하지 못했다.

천씨가 1월께 휘발유를 구입했다면 그는 상당기간에 걸쳐 범행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화범 천씨는 지난해 6∼7월에도 자신과 관련된 소송의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협박성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변호사 사무실측은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천씨는 재판을 준비하면서부터 컴퓨터 등에 상대편 변호사를 원망하는 내용의 글도 다수 남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화재 현장 감식 결과 천씨가 건물 복도에 먼저 휘발유를 뿌린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불을 질러 대피를 어렵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사망한 방화범 천모(53)씨에 대해서는 공소권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A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현욱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은 "직접적 피해 원인은 방화이지만 소방시설 관리 소홀이 피해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건물관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입건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사업 투자금 반환 소송에 패소한 천씨가 지난달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한 법무빌딩 2층에 있는 소송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고의로 불을 질러 발생했다.

이 불로 사무실 내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 등 모두 7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고, 같은 건물에 있던 입주자 등 50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