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0㎞로도 운행 가능한 바퀴식 굴착기, 법 적용 대상선 제외 강훈식 의원 "안전 위해 제도 완화보다 법 사각지대 보완이 우선"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굴착기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이른바 '민식이법'이 재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에 굴착기가 포함돼 있지 않은 탓에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민식이법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언론 보도에 후속 조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클레인'으로 불리는 굴착기는 과거 궤도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최근에는 바퀴식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바퀴식 굴착기는 최고 속력이 시속 60㎞에 달하며,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국도 등에서 일반 차량처럼 운행할 수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여자아이 2명을 사상케 한 사고를 낸 A씨의 굴착기도 바로 10.5t의 바퀴형 굴착기였다.
MBC가 보도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A씨는 상당한 속도로 신호를 무시한 채 굴착기를 몰고 가다 피해자들을 덮친다.
A씨는 사고 후 아무런 조처 없이 현장을 지나쳐 3㎞를 더 운행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을 적용해 구속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사고였으나 '민식이법' 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같은 법률 내 뺑소니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굴착기는 도로교통법이 정한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덤프트럭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해당하는 건설기계는 운송이 목적인 경우 등으로, 대형면허 등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반면 굴착기는 공사 등을 위해 사용하는 건설기계로, 조종사 면허를 따야 운행할 수 있다.
건설기계관리법이 정한 건설기계일 뿐, 자동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법률은 산업 현장과 도로 환경 등 변화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서 교통조사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굴착기를 화물차에 실어 공사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바퀴식 굴착기가 늘면서 도로를 일반 차량처럼 운행하는 것이 보통이 됐다"라며 "굴착기를 단순히 건축·해체 등에 사용하는 건설기계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용재 교통 전문 변호사는 "보행자들은 승용차보다 굴착기 같은 건설기계를 더욱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정작 법률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민식이법이나 뺑소니 혐의 등을 피하는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법률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는 '평택 초등생 굴착기 참사'를 계기로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고 김민식(9)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한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종류의 건설기계 운전자가 특가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 일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강 의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식이법의 취지 자체까지 도전을 받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제도 완화에 앞서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12일쯤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이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인명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 대상에 굴착기 등 건설기계 27종을 모두 포함하도록 하는 특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