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구글플레이가 국민 메신저앱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막으면서 구글과 카카오의 대립이 격화했다. 구글의 '인앱(InApp)결제' 의무화 정책에 카카오가 반기를 들자 구글이 '카톡 업데이트 중단'이라는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황에 따라 구글플레이에서 아예 카카오톡 앱이 삭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는 더이상 '결제 주권'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외부 결제를 유도하는 '아웃 링크' 승부수를 던졌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6년 전에도 구글에 비판의 목소리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지난달 30일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최신 버전(v9.8.5) 다운로드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업계는 구글이 카카오가 카카오톡 앱 내 아웃링크 방식의 웹 결제를 유도한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본다. 앞서 구글은 지난 4월부터 자사 결제정책을 지키지 않은 앱에 대해서는 앱 업데이트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수수료 30%'를 강제 적용하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총대를 맨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내 IT업계를 대표해 구글에게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 남궁 대표는 6년 전에도 구글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16년 6월 카카오의 게임사업 총괄 부사장이었던 남궁 대표는 구글의 갑질 논란을 공론화했다. 논란은 카카오가 출시한 신작 모바일게임 'O.N.E(원) for Kakao'가 출시 이후 4일 동안 구글플레이에 검색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남궁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치 악몽처럼 마켓에서 게임 검색이 안 된다"며 "그 많은 마케팅 비용이 하늘로 날라갔고 출시를 했는데 지인들은 언제 출시하냐고 묻는다"고 비판했다.

당시 업계는 카카오가 구글보다 다른 앱마켓에 먼저 게임을 출시한 데 대한 보복 행위를 한 것이라고 봤다. 이후 구글의 갑질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구글플레이에선 다시 모바일게임 '원' 검색이 되기 시작했다. 남궁 대표는 멈추지 않고 구글을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당시 △2015년 4월 1일 카카오 게임샵 출시 당일 '카카오택시' 앱이 구글플레이에서 내려감 △2015년 4월 18일 최초의 카카오 마케팅 지원 게임 '탑오브탱커' 마케팅 집행 순간 구글플레이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춤 △2015년 8월 25일 최초의 카카오 프렌즈 IP게임 '프렌즈팝' 출시 첫 주, 분명 타 게임보다 월등히 높은 다운로드를 기록했음에도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음 등을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모바일 다음에서 카카오톡 검색 시 안드로이드용 앱 설치파일(APK) 다운로드 경로가 안내되는 모습 [사진=모바일 다음 캡처]
모바일 다음에서 카카오톡 검색 시 안드로이드용 앱 설치파일(APK) 다운로드 경로가 안내되는 모습 [사진=모바일 다음 캡처]
그러면서 "우리 파트너사들도 모두 구글에 30% 수수료를 내고 있고, 구글을 최우선시 하고 있음에도 왜 우리 파트너사들은 차별 받아 마땅한지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한 구글플레이가 남들과 똑같이 30%의 수수료를 내면서 정당한 서비스 받을 권리가 있는 카카오 파트너사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카카오는 그 분들을 대변해서 항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 갈등은 3개월여 만인 2016년 9월 구글플레이 관계자들이 카카오게임즈에 방문해 함께 찍은 '인증샷'이 공개되면서 일단락됐다. 남궁훈 대표 등 양사 관계자들이 물밑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 양상…정부 나서야

6년 뒤 불거진 이번 사태는 게임뿐 아니라 모든 앱으로 확대된 구글 행보에 다시 한번 남궁 대표가 총대를 멘 모습이 연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구글의 행태는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배한 것이란 해석도 있어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웹을 통한 결제 방법을 안내했다는 이유만으로 구글이 카카오톡 앱 심사를 거절해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멈췄다"며 "구글이 자사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더니 다른 결제 방식을 안내조차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글이 자사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삭제'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만큼 카카오톡이 앱마켓에서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어서다. 구글의 압박이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와 구글의 힘겨루기가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어서 정부가 하루 빨리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나온다. 조 의원은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이질 않는다"며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반(反)구글'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구글플레이가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거절한 것이 알려진 지난 5일 이후 원스토어를 통해 카카오톡을 다운받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원스토어는 "이틀간 카카오톡의 일일 다운로드 규모는 평일 대비 3~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방통위가 나서 구글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카카오와 구글 측을 만나 양측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