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준 학장 "이번 큰 경사가 교육 시스템 발전 논의하는 계기 되길"
반도체도 연구자 양성 우선 강조…"정원이 아니라 10년 뒤 생각해야"
서울대 자연대 학장 "필즈상, 끝 아냐…인재양성 고민할 때"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은 게 자연대 입장에서 너무나도 기쁘고 좋은 일이죠, 하지만 일회성으로 환영하고 끝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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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수학자 중 처음으로 필즈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를 배출한 서울대 자연과학대 유재준 학장은 7일 허 교수 수상을 계기로 인재 양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허 교수의 수상이 넓게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좁게는 서울대 자연과학대가 인재 양성 방향을 반성하고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유 학장은 "물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허 교수가 '노벨상급 석학유치 프로그램'으로 학교에 와있던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나 강의를 듣고 학내 언론사 기자로 인터뷰도 하면서 수학적 영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이야기는 학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만 그들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히로나카 교수를 만난 뒤 영감을 얻어 열심히 노력하면서 스스로 발전하게 됐고, 때맞춰 그를 도울 수 있던 수리과학부 김영훈 지도교수가 있었던 점 등 주변의 많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영재프로그램이나 영재고 출신이 아닌 그가 대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유 학장의 설명이다.

서울대 자연대 학장 "필즈상, 끝 아냐…인재양성 고민할 때"
유 학장은 "도제식으로 교수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가르치는 것은 (외국을) 쫓아가는 것이 중요했던 과거의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 학계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패스트 팔로워(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허 교수와 같은) 퍼스트 무버(선도자·First Mover)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그 방향으로 발을 내딛어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을 마치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금메달에 비유해서 비교하곤 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유 학장은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정책에 장기적 고려가 부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인력을 키우는 것은 앞으로 10년 뒤 우리나라 경제·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가, 그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유 학장은 "반도체 분야에 좋은 인력을 키운다고 하면 반도체의 재료·나노구조 등과 관련한 물리·화학 등을 학부에서 복수전공을 하며 반도체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하고, 그 뒤에 대학원에서 전문적 내용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게 한 뒤 그중 몇이 산업체로 나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히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학계와 산업체 사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유 학장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학교 발전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대 교육의 문제점을 놓고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런 것을 보완해 어떻게 시스템을 발전시킬지 논의하는데 허 교수의 수상이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시스템에서도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배출해왔지만, 한 단계 더 크게 점프하기 전에 웅크리는 마음으로 허 교수의 큰 경사가 (논의에) 잘 반영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