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스틴의 전략
최근 업무차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오스틴에 대한 필자의 지식이란, 텍사스의 주도(州都)이고 텍사스주립대가 있는 대학도시란 게 전부였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기 전 하늘에서 바라본 도시의 풍경도 미국의 다른 도시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도시는 최근 미국 내 테크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주목받고 있었다.

오스틴 상공회의소에 도착해 투자유치 담당자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오스틴의 서부 구릉지대에 자리한 실리콘힐스(Silicon Hills)였다. 실리콘힐스는 1990년대부터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 대항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허브로 떠오른 곳이다. 삼성전자 미국 공장을 비롯해 아마존, 오라클, 테슬라 등 첨단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실리콘밸리에 있던 많은 첨단 테크 기업이 이곳으로 본사를 속속 이전해왔다.

최근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대거 몰려들었다. 그 결과 오스틴은 지난 10년 사이 인구가 33%나 늘어나 미국 내 도시 가운데 인구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여러 해 동안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실리콘힐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법인세 면제 등 텍사스 주정부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전략에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용과 지역 대학들이 배출한 풍부한 인적자원도 한몫했다. 세금 감면으로 유망한 기업이 앞다퉈 몰려들자 양질의 일자리가 빠르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우수한 인재를 불러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편의 인프라와 트렌디한 상업시설이 많아졌고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나라 지방 도시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인구도 줄고 도시 자체가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지방 도시가 인구 감소를 넘어 이제 지역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성과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제는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다시 돌아오게 하고 지방에 이들 기업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지난 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됐다. 마침 새 정부도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강력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기업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오스틴의 사례를 벤치마킹해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