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임직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롯데카드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 플랫폼 ‘디지로카’와 금융 브랜드 ‘로카머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 ‘띵크어스’ 등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롯데카드 임직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롯데카드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 플랫폼 ‘디지로카’와 금융 브랜드 ‘로카머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 ‘띵크어스’ 등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롯데카드를 “초개인화 기반의 ‘큐레이팅 디지털(Curating digital)’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큐레이터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좋은 작품을 모아 전시를 기획하듯 디지털 세상에서도 유용한 정보와 콘텐츠만을 엄선해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방대한 양의 정보와 끝없는 선택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자신도 미처 몰랐던 수요까지 발굴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포부다. 롯데카드는 새로 선보인 ‘디지로카’ 앱으로 기존 신용카드 회사를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 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년간 다져온 기초체력으로 새출발

올해 또 한 차례 내린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신용카드업의 수익성에는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 평균 31.9%에 달했던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 증가율은 올 1분기엔 10.3%로 떨어졌다. 롯데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1.5% 감소했다.

그나마 카드업 평균 성적을 플러스로 끌어올린 것은 롯데카드다. 롯데카드는 올 1분기 지난해(505억원)보다 81% 증가한 914억원(연결 기준)의 순이익을 거두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9년 1분기(299억원)에 견주면 세 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신용카드업의 본질의 집중해 체력을 보강하는 데 주력한 조좌진 사장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라고 했다.

2020년 3월 취임한 조 사장은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s)’, 즉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해왔다. 신용카드업의 본질인 단기 신용공여에 기반해 롯데카드가 금융 사업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금융 상품·서비스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 원점에서 고민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로카(LOCA) 시리즈’다. 업계 최초로 세트 카드 시스템을 도입한 로카 시리즈는 이용자가 카드 두 장을 발급받으면 두 카드 실적을 하나로 합산해주고, 한 장만 써도 두 장의 혜택 가운데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을 알아서 적용해준다. 로카 시리즈는 2020년 8월 출시 이후 1년만에 발급 100만 장을 돌파했다. 롯데카드가 역대 출시한 메인 시리즈 상품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조 사장은 “로카 시리즈 회원들의 소비 규모는 평균 대비 1.3~1.5배 더 커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디지로카’로 큐레이팅 회사 도약

기초체력을 끌어올린 롯데카드는 이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돌입했다. 신용카드사를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하는 고객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게 롯데카드의 포부다. 올 1월 선보인 ‘디지로카’ 앱은 그 출발점이다. 디지로카는 고객 결제 정보와 데이터 분석 역량, 롯데그룹의 인프라 등 롯데카드만이 보유한 자산을 바탕으로 금융상품 뿐 아니라 쇼핑, 여행, 트렌드 등 다양한 생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큐레이팅 서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령 반려묘를 입양한 사람에게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추천해주고 예방 접종 시기를 알려주는 식이다. 조 사장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지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선호도, 소득 수준 등에 맞는 정보를 하나하나 맞춤형으로 추천받길 원한다”며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실시간 정보의 양과 유행 민감도가 다른 산업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카드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밖에서 배운다” ‘트민남’ CEO의 힘

조 사장은 금융업계에서 이름난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이다. 패션·요식업·인테리어·사진 등 그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성향은 그의 경영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다른 회사와 다르게, 한발 빠르게 앞서갈 것인가’를 알려면 다른 회사들이 무엇을 잘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 사장이 강조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경영’이다. 말 그대로 바깥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성찰해 내부에 적용하자는 뜻이다. 이를 위해 그가 공부하는 산업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나 배달의민족 등 유통·플랫폼 기업, 통신사, 가전회사 등 광범위하다.

롯데카드가 최근 벤치마킹한 기업은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다. 토스 앱의 대고객 메시지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 딱딱하고 사무적인 문체와 어려운 금융 용어, 회사 중심의 표현을 벗어던지고 사람 간 대화에 쓰이는 쉽고 편한 말들로 디지로카 앱의 모든 언어를 뜯어고쳤다.

“남들이 잘 하는 건 배우자”는 조 사장의 방침에 따라 내부적으로 공공연하게 ‘토스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과 유연성으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