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고독한 광대' 27명 두고 간 우고 론디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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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뮤지엄 두 번째 기획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 전시 개막
필리핀 부부작가 아퀼리잔 등 다국적 7명 작가 참여
떠나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 통해 '사랑'과 '배려' 이야기
정연두 작가, 하와이 이주해간 18세 소녀 '사진신부'
제주에서 사탕수수 농사 지으며 만든 신작 공개
요코 오노 '보트피플', 론디노네 '고독의 언어들' 등
주제 관통하는 7명 작가의 작품 1년간 전시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 전시 개막
필리핀 부부작가 아퀼리잔 등 다국적 7명 작가 참여
떠나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 통해 '사랑'과 '배려' 이야기
정연두 작가, 하와이 이주해간 18세 소녀 '사진신부'
제주에서 사탕수수 농사 지으며 만든 신작 공개
요코 오노 '보트피플', 론디노네 '고독의 언어들' 등
주제 관통하는 7명 작가의 작품 1년간 전시

국경을 넘기 위해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들이 뒤에 오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밝은색 물건들을 이정표처럼 놓아두기 때문이다.


'노동수출국' 필리핀, 50x50㎝ 작은 택배박스로 지은 집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참여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에 대한 감각을 환기시킨다. 리나 칼라트(인도),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요코 오노(일본), 우고 론디노네(스페인), 강동주, 정연두, 이배경 등이 참여했다.
이 박스 하나는 필리핀 우체국에서 해외로 물건을 보낼 때 세금이 면제되는 박스의 규격.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이 해외로 떠날 때 보낸 생활용품, 고향에서 가족들이 보내온 소중한 물건들로 차있다.
알프레도는 "면세 되는 택배박스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원래 있던 터전과 지금 있는 곳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이자 고향에 대한 갈망"이라며 "이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부 받은 실제 택배박스들로 지붕 없는 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소 프로젝트'는 17년 전 처음 시작해 전 세계를 돌며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다.
제주에 머물며 작품 만든 정연두
세계적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제주에서 살았다. 그는 20세기 초 하와이로 이주한 7000여 명 조선노동자의 아내들, '사진신부'에 주목했다. 흑백 사진 한 장들고 태평양을 건너간 여성들은 당시 17~18세. 정작 이들을 맞이한 건 광활하고 뜨거운 사탕수수밭과 밤낮없는 혹독한 노동이었다.

우고 론디노네 신작, 27명의 '고독한 언어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2층에서 펼쳐지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들이다. 제각각 다른 포즈를 취하고 깊은 휴식에 빠져 있는 27명의 광대들이 외로운 섬처럼 곳곳에 흩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화사하고 우스꽝스러운 옷차림과 화장을 하고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씁쓸하고 애잔하다.

무지개 네온 조각 '롱 라스트 해피'는 입구 하늘에 떠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하늘에서 다양한 각도로 감상할 수 있다. 묵직한 주제의 전시를 위트있게 열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전시에도 5개의 테마공간을 만들었다. 전시의 주제를 관통하며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주소를 미디어 아트로 만든 '주소터널', 파주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 국적의 사람들과 촬영한 '이동하는 사람들', 애니메이션과 창작 음악이 접목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디파처보드', '아메리칸드림620' 등이 있다.

김 총괄 디렉터는 이번 전시를 위해 요코 오노 스튜디오에 직접 여러 차례 메일을 보내 '보트피플' 작품을 참여시켰고, 론디노네 작품 설치를 함께 진행하는 등 기획에서 설치 등의 작업을 총괄했다. 전시의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다채로운 전시 작품과 애니메이션,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등으로 변주를 줘 관람의 문턱을 낮췄다. 전시는 내년 7월 3일까지 계속된다.
서귀포=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