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학내 청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연세대 학생 3명이 최근 사회적 비판의 중심에 몰렸다.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집회를 이어가자 이모씨 등 재학생 세 명은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명목으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간부들을 상대로 약 640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노동자들을 경찰에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그러자 학교가 뒤집혔다.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의 특권 의식이 부끄럽다”며 고발 학생들을 비판하는 익명 대자보가 나붙었고, 교수까지 논란에 가세했다. 나임윤경 교수는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 강의계획서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할 수 있는 대학이 맞는지 회의감을 갖게 한다”며 소송을 낸 학생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학생들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는데 왜 무조건 공감해줘야 하냐”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노동자 편에 선 학생들도 “소음 문제를 고발한 것은 극단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집회 소음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에 민노총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소를 진행한 3명의 학생이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책임이 있는 연세대가 앞장서 문제 해결을 거부하고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어 일부 학생만 질타받고 있다”며 학교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갈등이 계속 꼬여가기만 하고 있는 배경이다.

민노총 간부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명문대를 나오면 당연히 좋은 직장에 취직해 주류에 편입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딴판인 현실이다. 지금은 명문대생들도 정규직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저소득 비정규직으로 밀려나야 하는 시대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생활 추억도 없다. 취업을 위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학생들의 눈에 노조의 소음 시위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과격한 집회 방식도 폭력에 대한 수인한도가 낮아진 신세대에게는 충격적이다. 무조건 Z세대를 ‘이기적이고 천박하다’고 욕해야 할 일일까. 이들도 언제든 잠재적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물론 민노총도 문제 해결보다 갈등의 심화와 확전에 일조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