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7대2 합헌 결정…"차명폰 개통되는 사정도 고려해야" 반대 의견도
'휴대폰 개통 명의 빌려주면 처벌' 전기통신사업법 합헌
본인 명의로 개통된 이동통신서비스를 다른 사람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에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 30조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내용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한 인터넷 카페에서 출발했다.

회원 A씨는 2018년 7월께 카페에서 알게 된 이름 모를 사람들로부터 "선불폰을 개통해주면 1대당 2만원씩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신분증과 통장 사본 등을 메신저로 전송했다.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의 행동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30조와 처벌 조항인 97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통신 실명제는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는 헌법 18조에 위반되고, 자식 명의의 부모님 휴대전화 개통처럼 국민 대다수가 정당하다고 보는 사회행위까지 모두 처벌의 범주에 포함한다"며 헌재에 위헌 여부 판단을 요청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명의자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차명 휴대전화(대포폰)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해 이동통신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로 인한 피해를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단이 마련돼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도 어렵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은 예외적으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위를 법에 직접 규정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개인 간 관계나 경제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차명 휴대전화가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규제"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또 전기통신사업법이 전제하는 '휴대전화 가입 본인확인제'는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므로 결국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익명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관계자는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부정이용죄(32조의4)가 신설됐으나 처벌 대상이 금전 대가가 개입된 대포폰을 이용·유통한 자에 한정돼, 명의자가 실제 사용자에게 휴대전화를 양도하는 등 행위로 대포폰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심판 대상 조항은 대포폰 개통에 협조한 사람을 처벌하는 근거 조항으로 여전히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