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19 치료에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한 내성 가능성이 제기됐다.최근 바이오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팍스로비드의 주 성분인 ‘니트마트렐비르’에 대한 내성을 빠르게 획득하고 있다는 2개의 연구가 발표됐다.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연구진은 이달 초 시험관 환경에서 니트마트렐비르의 주요 타깃인 단백질(M PRO 프로테아제)이 약물에 노출되자, 특정 위치 3개에 돌연변이(50, 166, 167번 아미노산)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절반을 죽이는 데 필요한 약물의 용량 역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다크 조크만스 교수는 “약물에 대해 바이러스가 반응하는 감수성이 20배 이상 떨어졌다”고 했다.아담 고직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교수팀은 이런 돌연변이 중 일부는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감염된 환자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벨기에 연구진과 동일한 위치의 돌연변이 2개(166. 167번 아미노산)를 발견했다.고직 교수는 “이 돌연변이는 팍스로비드가 널리 사용되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무작위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그만큼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부위라는 의미로, 내성을 발생시키는 주요 부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에 대한 내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직 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절대적인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발급되는 팍스로비드 처방은 4월까지 한 주에 4만 건이었지만, 최근에는 16만 건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준 왕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실험실 환경에서 팍스로비드에 대한 내성 돌연변이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며 “처방 수가 늘어나는 만큼 본격적인 내성이 나타나기 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HLB테라퓨틱스의 주도로 HLB의 미국 자회사이자 세포치료 항암백신을 개발 중인 이뮤노믹에 3000만달러(약 389억원) 수준의 투자가 진행된다.HLB테라퓨틱스는 이뮤노믹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바인딩 텀 시트'(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조건)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투자에는 일부 우호 투자자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이뮤노믹이 교모세포종(GBM) 치료제 'ITI-1000' 임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를 달성하면 본계약으로 이어진다. 이뮤노믹은 '유니트' 플랫폼을 통해 교모세포종 치료제(임상 2상), 메르켈세포암 치료제(임상 1상) 등을 개발하고 있다. 유니트는 리소좀 관련 막단백질(LAMP)에 특정 암에 발현되는 항원을 탑재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이다. ITI-1000 임상 2상(ATTAC-II)은 미국 듀크대와 플로리다대에서 15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신경종양학회(SNO)에서 발표된 중간 결과, 1명의 환자에게서 완전관해(CR)가 관찰됐다. 참여 환자들이 장기간 생존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ITI-1000은 앞서 1·2상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38.3개월로 표준치료법 테모졸로마이드의 14개월에 비해 길었다는 것이다. 36.4%의 환자가 60개월 이상 생존했다. 이뮤노믹은 2상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HLB테라퓨틱스의 임상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안과 치료제로 개발 중인 'RGN-259'는 2개의 적응증에 대한 임상이 추진된다. 안구건조증은 오는 10월께 FDA에 프로토콜 특별평가제도(SPA)를 신청할 계획이다. SPA는 개발사가 제출한 임상 계획(프로토콜) 및 통계분석계획을 FDA 측과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FDA가 임상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신경영양성각막염에 대한 임상도 올해 착수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각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두 개의 3상(SEER-2, SEER-3)을 진행해, 환자모집 및 임상 기간을 단축한다는 전략이다. 조만간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계약하고 11월께 환자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2상을 진행 중인 GBM 치료제 'OKN-007'은 다른 기전을 가진 ITI-1000과 병용 임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OKN-007은 뇌혈관장벽(BBB)을 일시적으로 열어줘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기홍 HLB테라퓨틱스 대표는 "HLB그룹 바이오 계열사 간 협의를 통해 신약개발 성과를 높이고 재무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약허가 및 나스닥 상장 기대감이 높은 이뮤노믹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한편, ITI-1000의 조건부 허가를 전제로 기술도입 및 OKN-007과의 병용임상 추진 등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악몽이 파킨슨병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은 악몽을 자주 꾸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두 배가량 높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는 67세 이상 남성 38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균 7.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91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을 분석했더니 1주일에 한 번 이상 악몽을 꾸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높아졌다. 파킨슨병 발병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참가자 사이에 인종, 교육, 흡연, 음주,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인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파킨슨병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5년간 악몽이 지속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다섯 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악몽을 꾸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인지 기능이 33배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뇌와 신경의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른쪽 전두엽의 구조 변화가 악몽의 빈도와 연관이 있다. 오른쪽 뇌에 문제가 발생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는 왼쪽 뇌에 문제가 있는 환자, 건강한 대조군보다 더 자주 악몽을 꿨다. 왼쪽 뇌에 문제가 있는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 사이에 차이는 없었다.연구를 주도한 아비데미 오타이쿠 버밍엄대 박사는 “이 연구는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도 잦은 악몽이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악몽의 빈도를 줄이는 것이 신경을 보호하고 발병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뇌파검사(EEG)로 꿈의 변화가 발생하는 생물학적 원인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국제학술지 클리니컬메디신에 실렸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