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 가격이 나흘 연속 하락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와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상승한 데 따른 영향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금 8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0.2달러(0.6%) 떨어진 트로이온스(31.1g)당 1807.3달러를 기록했다. 나흘 연속 하락세다. 지난 3월 연중 최고치(2049.9달러)에 비해선 12% 가까이 내렸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는 안전자산이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국면에서 금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달러 가치는 치솟고 금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시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와 달러 강세로 금값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금에 투자한다면 이득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트 멜렉 TD증권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해 금값이 뒤늦게 반응하고 있다”고 했다.

금 매수세가 채권으로 일부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은 금과 달리 이자를 지급한다. Fed가 다음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 채권 금리도 덩달아 상승한다. 마켓워치는 “높은 금리는 채권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든다”며 “반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에 대한 수요는 위축된다”고 말했다.

금 가격이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 가격 하락에 대한 베팅이 늘어나서다. 멜렉 책임자는 금 선물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79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