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제2대구의료원 등 문제 놓고 파열음
대구통합신공항 국비 건설 등 공약이행, 시정개혁 강한 의지
[출발 민선8기] 홍준표호 대구시정, 혁신 드라이브 속 험로 예고
"홍준표 당선인은 경남도지사 시절 자신이 한 진주의료원 폐원을 정당화하면서 전임 시장이 이미 설립을 결정한 제2 대구의료원을 재검토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
지난 28일 오전,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민선 8기 시정 방향을 확정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앞.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마련해 홍 당선인에게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홍카콜라'라는 별명을 가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강한 시정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한 가운데 향후 4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7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홍 당선인의 대구시정 밑그림은 미래 50년을 위한 정책과제 집중, 조직개편을 통한 인적 쇄신, 산하 공공기관 구조개혁 3가지 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출발 민선8기] 홍준표호 대구시정, 혁신 드라이브 속 험로 예고
우선 정책과제와 관련, 50대 과제를 공약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대구통합신공항 국비 건설, 배후 공항신도시와 공항산단 조성, 5대 미래산업(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I·빅데이터·블록체인) 집중 육성, 군부대 재배치 및 미군 부대 이전, 시청·도청 후적지 개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낙동강 물 대신 안동·임하댐 물 등을 공급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이전이 예정된 대구공항 후적지 두바이 방식 개발, 금호강 르네상스, 두류공원 첨단테마파크 조성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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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은 민선 8기 대표 과제로 대구·경북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홍 당선인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대구통합신공항 건설에 국비 투입이 가능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국내 첨단산업 부문 물류의 98.2%가 인천국제공항에 집중된 독점 구조를 깨고 '글로벌 경제물류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두바이식 공항 후적지 개발은 두바이처럼 저렴하게 부지를 제공함으로써 첨단 유망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세제 감면을 통해 글로벌 관광·상업·첨단 산업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당선인 측은 조직개편 및 시정혁신 분야에서도 홍준표발(發) 혁신의 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 연봉 상한제 도입, 단체장과 정무직 공직자 임기 일치, 중복·유명무실 위원회 정리,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를 법령상 최대 폭인 10%까지 확대, 직원 통근버스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홍 당선인은 시장 직속으로 '시정혁신단', '정책총괄단', '재정점검단', '미래50년 추진과' 등을 신설해 주요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외부 인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경제부시장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발탁했고 신공항추진단장은 국토교통부에서, 도심 군사시설 이전 업무를 담당할 추진단장은 군 출신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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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강도 높은 산하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대구시장직 인수위는 현재 18개인 공공기관을 10개로 줄이는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뼈를 깎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와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를 대구교통공사로 통합하고 대구시설공단과 대구환경공단을 통합해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으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또 대구문화재단, 대구관광재단,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미술관 6개 기관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대구테크노파크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3개 기관은 대구테크노파크로 각각 일원화하기로 했다.

일련의 시정 개혁안이 공개되자 지역 공직사회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은 논평에서 "불통과 독선으로 만들어진 조직개편안"이라면서 "대구를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대구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선 "어떠한 명분과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행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시정혁신 분야의 경우 혁신의 필요성과 추진 방식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김태운 교수는 "그동안 행정 수요의 확대로 확장적 재정투자가 이어져 왔고 그에 따라 대구시뿐만 아니라 산하 기관의 조직도 확대됐지만, 조직 내부의 관리 효율성과 운영 합리성에 대해서는 거의 점검이 없었다"면서 "시정 혁신은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시정혁신을 지나친 목표 지향적인 방식과 탑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혁신은 구성원들의 수용과 참여가 있어야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고 성과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정혁신의 큰 틀은 설정하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탑다운과 바텀업(상향식)이 혼합된 형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