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선수들과 동반 훈련
한국시간으로 7월 16일 예선 19일 결선
'세계선수권 3주앞' 우상혁 "이젠 관리가 중요…사실상 준비 끝"
과감한 도전으로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도약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안정적인 관리'에 돌입했다.

현재 기량을 유지하면, 충분히 7월 세계육상선수권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상혁은 2022년 남자 높이뛰기에서 세계 최고 기량을 유지하는 '세계선수권 우승 후보 1순위'다.

제76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인 23일 강원도 정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우상혁은 "사실 나는 24일 경기에도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22일 살짝 미끄러지면서 부상 위험을 느꼈다"며 "김도균 (한국 육상대표팀 수직도약) 코치님이 24일 경기 출전을 말리셨다.

선수는 욕심을 내고, 지도자는 말리는 게 각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웃었다.

애초 우상혁은 22일 남자 10종 경기의 높이뛰기에 '번외'로 출전하고, 24일 남자부 결선에도 나설 계획이었다.

참가 선수가 많지 않은 국내 남자 높이뛰기는 예선 없이 결선에 돌입한다.

하지만 36명이 출전하는 세계선수권은 예선과 결선을 차례대로 소화한다.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남자 높이뛰기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대회 첫날(7월 15일) 오전 10시 10분에 예선, 18일 오후 5시 45분에 결선이 열린다.

한국시간으로는 16일 오전 2시 10분에 예선, 19일 오전 9시 45분에 결선을 치른다.

우상혁은 유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참가한 마지막 국내대회에서 10종 경기 번외 선수 출전을 예선처럼, 남자부 경기를 결선처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22일 번외 경기 중 2m25를 시도하다가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김도균 코치와 상의해 24일 경기 출전을 취소하기로 했다.

마침 23일 오후부터 24일 오전까지 비 예보가 있기도 했다.

'마지막 실전 기회'를 잃는 건 아쉽지만, 부상 위험을 감수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세계선수권 3주앞' 우상혁 "이젠 관리가 중요…사실상 준비 끝"
사실 이미 우상혁은 어느 해보다 많은 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떠나 전지 훈련을 시작한 우상혁은 올해 1월 유럽으로 이동해 1월 31일 체코 네비즈디(2m23·5위),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2m36·우승), 2월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2m35·우승), 3월 20일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2m34·우승) 등 실내 대회를 네 차례 치렀다.

국내로 돌아와 4월 19일 대구 종별육상선수권(2m30)과 5월 3일 나주 실업육상선수권(2m32) 등 실외 경기를 치른 우상혁은 5월 14일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도 2m33으로 우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 3일 국내 KBS배에서는 트랙 종목과 겹쳐 높이뛰기 경기가 자주 중단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2m30을 뛰었다.

또 22일에는 번외 경기로 2m20을 넘고, 2m25는 두 차례 시도한 뒤 패스했다.

우상혁의 달라진 입지와 기록이 '포기하는 여유'도 안겼다.

우상혁은 2017년 2m30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뒤,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우상혁은 김도균 코치를 만난 뒤, 모험적인 시도를 했고 성과를 냈다.

그는 지난해 6월 29일 2m31로 개인 기록을 1㎝ 경신하며 도쿄올림픽 막차를 탔다.

도쿄올림픽 본선에서는 2m35까지 기록을 끌어 올리며 4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한국 기록을 2m36(실내 경기 기록)으로 더 높였다.

올해 남자 높이뛰기 실외경기 세계 1위는 2m34의 일야 이바뉴크(러시아)다.

이바뉴크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자국 경기에서 2m34를 넘어 우상혁의 올 시즌 실외 개인 최고 2m33을 1㎝ 경신했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를 도운 벨라루스의 유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불허하면서 이바뉴크도 출전권을 잃었다.

사실상 끝난 2022 실내 시즌에서 세계 1∼3위 기록(실내 2m36, 2m35, 2m34)을 홀로 작성한 우상혁은 실외 경기에서도 2022년 세계 2∼4위 기록(2m33, 2m32, 2m30)을 썼다.

이바뉴크와 우상혁 외에 올해 실외 경기에서 2m31 이상을 뛴 점퍼는 없다.

'세계선수권 3주앞' 우상혁 "이젠 관리가 중요…사실상 준비 끝"
세계선수권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도균 코치와 우상혁은 '도전'보다 '관리'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우상혁은 현재 몸 상태만 유지하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과학적인 이유도 있다.

도하 다이아몬드리그를 앞두고 우상혁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훈련했다.

실제 도하 다이아몬드리그가 열린 3월 14일, 경기장에는 바가 떨어질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도쿄올림픽 공동 1위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이 2m30,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가 2m20으로 바람을 뚫지 못했지만, 우상혁은 2m33을 넘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7월 유진의 기온은 섭씨 30도 내외고,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김도균 코치와 우상혁이 '굳이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악천후를 대비한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다.

경기 당일 유진에 이례적으로 바람이 불어도 우상혁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상혁은 "나는 실외 경기를 더 좋아하는데, 다른 선수들보다 바람 등의 변수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며 "예전에 악천후를 대비한 훈련은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물론 '평온한 날씨'에서도 우상혁은 바심, 탬베리와 정면 대결을 펼칠 자신이 있다.

올해 2월 실내경기를 치르며 3번이나 우승한 경험이 우상혁에게 자신감을 안겼다.

'세계선수권 3주앞' 우상혁 "이젠 관리가 중요…사실상 준비 끝"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챔피언에 오른 우상혁은 더 큰 무대인 유진 세계(실외)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남은 건, '유지'뿐이다.

김도균 코치는 "남은 3주 동안은 훈련 강도를 낮출 계획이다.

대신 대회 당일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 68∼70㎏ 정도인 체중을 대회 당일에 67㎏ 정도로 맞추는 노력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 여러 선수가 우상혁에게 '동반 훈련'을 요청할 만큼, 우상혁의 높아진 입지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상혁은 오는 30일 미국으로 건너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여자 높이뛰기 선수들과 동반 훈련을 할 계획이다.

사실상 준비는 끝났다.

우상혁은 지난해 12월부터 유진 세계선수권을 준비했고, 기량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끌어 올렸다.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우상혁은 한국 최초의 세계육상선수권 우승을 향해 도약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