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감독님께서 가꾼 모비스, 더 잘 꾸려야 할 책임"
'프로다움' 강조하는 팀 컬러 그대로…"감독실 항상 열어두겠다"
모비스 조동현 감독 "많이 받은 농구대잔치 세대, 돌려줄 차례"
"농구대잔치 세대가 농구 붐을 타고 (혜택을) 많이 받았어요.

다들 이제 지도자가 됐으니 조금 더 정신 차려야죠."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새 사령탑에 오른 조동현(46) 감독은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책임감'이라는 단어만 열여섯 번을 꺼냈다.

코치 생활을 마무리하고 처음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18년간 팀을 이끈 KBL 단일구단 최장수 사령탑이자 프로농구 대표 명장 유재학 전 감독의 후임인 만큼 더 좋은 팀을 꾸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먼저 언급했다.

조 감독은 "모비스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던 팀이라 그만큼 팬들의 기준도 높다"며 "유 감독님께서 내게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프로농구 무대에서 전면에 나서는 그가 느끼는 또 다른 책임감은 한국 농구 부흥에 대한 부채 의식이다.

그는 "팬들이 많았던 좋은 환경에서 뛰었다.

대학교 때부터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그때만큼 농구 인기가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받은 걸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조 감독은 대중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농구대잔치 세대'의 막내급 기수다.

모비스 조동현 감독 "많이 받은 농구대잔치 세대, 돌려줄 차례"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 국내 농구는 절정을 구가하던 당시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둥이 형제'인 조상현 창원 LG 감독을 비롯해 전희철 서울 SK 감독, 은희석 서울 삼성 감독 등 '마지막 농구대잔치 세대'들이 최근 프로농구 사령탑으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조 감독은 "우리끼리 만나면 세월이 벌써 많이 지났다고 얘기를 한다"며 "그래도 요즘 농구 인기가 반등하는 기미가 보인다.

그래서 한국 농구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지난 17, 18일 이틀에 걸쳐 펼쳐진 필리핀과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을 언급했다.

조 감독은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관중분들이 많이 오셨더라. 대표팀 선수들도 신나서 뛰었다"며 "예전에는 매번 이런 환경에서 경기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경기력이나 관중의 열기나 프로 경기에서도 이 정도만 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쉽지는 않다.

더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드려서 관중의 발길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감독은 휘하 선수들이 더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갖추도록 지도해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감독은 "팀 운동을 2시간을 한다고 하면, 그 시간만큼은 집중하는 게 선수로서 기본"이라며 "운동 시간 말고는 터치를 안 하겠다고 선수들에게 말해뒀다.

그만큼 운동 시간은 밀도 높게 채워야 한다는 게 지도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모비스 조동현 감독 "많이 받은 농구대잔치 세대, 돌려줄 차례"
이는 유재학 전 감독이 줄곧 강조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유 전 감독은 선수단에 단체 생활 중 시간 약속을 어기지 않고, 코트에서 집중력을 유지해달라 당부해왔다.

이런 지도 철학 아래에서 끈끈하고 유기적인 조직력을 자랑하는 모비스의 팀 컬러가 꽃피웠다.

유 전 감독에 이어 선수들에게 이런 '프로다움'을 요구하는 만큼 조 감독 본인도 성실하고 철저한 자세로 선수들을 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개별 선수의 데이터를 뽑았고, 플레이별로 메모도 하나하나 정리해뒀다"며 "선수에게 감독이 필요할 때가 오면 따로 불러서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어떤 선수든 먼저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허심탄회하게 자료를 나눌 것"이라며 "선수들이 찾아오도록 감독실을 항시 개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조 감독에게도 어떤 소통이 좋은 방식인지는 고민거리다.

조 감독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며 "(김)국찬이에게 2대2 공격을 할 때 (스크린을 받고서) 스텝보다도 먼저 드리블을 하는 습관이 있다고 이야기하니 또 이 설명에만 신경을 쓰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면 잔소리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잘하는 선수라고 해도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함지훈 같은 선수야 오래 봤고 팀의 문화를 알지만 어린 선수들도 팀에 많다"고 설명했다.

모비스 조동현 감독 "많이 받은 농구대잔치 세대, 돌려줄 차례"
조 감독은 유 전 감독의 유산을 기반으로 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 전 감독의 유산은 '수비 조직력'이다.

그는 "유 감독님께서 수비를 워낙 조직력 있게 잘 만들어주셨다"며 "거기에서 시작해 선수들의 스타일에 맞게 전술을 마련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 감독은 자신이 펼칠 농구가 '힘 있는 농구', '빠른 농구', '공격 농구' 등 수식어 하나로 규정되는 일은 경계했다.

그는 "큰 방향은 선수 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양동근 코치와 지난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 감독은 "최근 농구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농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라며 "지난 시즌보다는 매 공격마다 득점 기댓값이 높은 3점과 속공을 챙겨볼까 한다"고 했다.

나아가 눈에 잘 띄는 요소는 아니더라도 플레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본기를 더욱 점검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조 감독이 강조한 기본기란 슛과 드리블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스크린을 거는 타이밍이나 리바운드·박스아웃·수비 시 상대와 몸싸움처럼 경기 중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그는 "요즘 일부 스크린 전술은 일반인들도 다 안다"며 "유럽을 포함해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타이밍, 위치, 각도 등 이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다르다.

이런 데서 승부가 갈린다"고 강조했다.

모비스 조동현 감독 "많이 받은 농구대잔치 세대, 돌려줄 차례"
새로 취임해 기쁠 법도 한 데도 조 감독은 인터뷰 중 거의 웃지 않았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감독이라는 자리는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자리"라며 "코치로 보좌하며 봤던 유 감독님도 매 시즌 스트레스를 받으셨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부담이 되지만 새로운 도전이라 설레기도 한다"며 "선수들과 잘해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