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55)를 잃은 A씨는 달러보험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머니가 지난해 가입해둔 달러 종신보험(저해지환급금형)에서 보험금 2만달러가 나온 것. 보험료 납입이 시작된 지 단 6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총 납입액(1700달러)의 10배가 넘는 보험금을 수령하게 됐다. 여기에다 올 들어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차익만 300만원에 육박했다.

올 들어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러보험은 원화보험과 상품 구조 자체는 동일하지만 보험료와 보험금이 모두 달러로 계산된다. 환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국내 달러보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돼온 일본에서도 달러보험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일본메트라이프생명의 달러보험 판매 비중이 2010년 40.2%에서 지난해 69.1%까지 치솟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단순히 환차익을 겨냥하기보다 미래 수요에 대비해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월납 종신보험의 경우 환 변동 위험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분산, 상쇄된다. 보험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부를 달러보험으로 배분해 전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오는 7월부터 보험 가입 심사가 크게 까다로워질 예정이어서 일부 보험사에선 ‘절판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외화보험에 가입하기 전 보험 가입 목적과 경험, 기대수익 및 손실 등을 묻는 ‘적합성 심사’가 의무화된다. 메트라이프생명을 포함한 8개 보험사에서 외화보험을 팔고 있지만 앞으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