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외 여객 승·하기 구역 관제 업무…한국공항공사, 국토부서 인수
모니터 30여대에 촉각…'평온 속 긴장'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실
김포국제공항 국내선터미널 옆 건물 꼭대기 층에는 사방이 유리창으로 된 조그만 방이 있다.

이달 16일 오전 1시부터 한국공항공사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수하는 계류장 관제 업무가 이뤄지는 곳이다.

공항의 관제 업무는 기동지역 관제와 계류장 관제로 나뉜다.

기동지역 관제는 공항 내 이동지역 중 활주로와 유도로(항공기가 지나다니는 도로) 부분을 담당하고, 그 외 여객 승·하기와 화물의 적재·적하, 급유, 주기, 제·방빙, 정비 등이 이뤄지는 구역은 계류장 관제 관할이다.

계류장 관제 업무를 국토부에서 공항공사로 이관하는 작업의 기원은 201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포공항 국제선 계류장에서 토잉카(견인차량)에 의해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날개와 대한항공 여객기 후미 꼬리 부분이 부딪히는 접촉사고가 났다.

승객이 없는 빈 여객기였지만 두 항공기 모두 충돌 부위가 파손됐다.

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고 이후 정부에서는 안전강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했고 그중 하나가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 업무 분리"라고 설명했다.

기동지역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관제 업무에서 계류장 관제 업무를 따로 떼고, 계류장 관리 주체를 공사로 일원화해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인수 작업은 2019년 4월부터 추진돼 같은 해 7월 결정이 났고, 올해 4월부터가 시범운영 기간이었다.

공사는 2020년 시설개선 사업을 추진해 옛날 관제탑을 계류장 관제소로 리모델링했다.

관제 전문인력 채용도 진행해 현재 실무 관제사 14명(4개팀 2교대)을 두고 있다.

지난 3월엔 항공교통업무 수행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는지 국가가 인증해주는 '항공교통업무증명'도 취득했다.

모니터 30여대에 촉각…'평온 속 긴장'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실
14일 오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찾은 관제실은 관제사 3명이 1개 팀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다각형 모양의 탑 사방면으로 뚫린 창문 앞은 책상들로 빼곡했고, 책상과 벽면엔 레이더 영상과 항공기 출발·도착 현황, 계류장 곳곳을 비추는 CCTV 화면 등이 띄워진 모니터 30여대가 들어차 있었다.

복잡해 보이는 각종 교신장치들도 책상을 가득 메웠다.

공사 소속의 한 관제사는 "관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라며 "눈과 귀로 온 신경을 열어놔야 해서 단 한 순간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고 했다.

공사는 계류장을 북·동·서·중앙 4개 구역으로 나눠 관제한다.

항공기 이동 개시 시간과 주기장 배정 등 공항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정보를 직접 관리해 안전 저해 요소를 최소화하고, 지연율은 낮추고 정시성은 향상해 운영을 효율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 공항의 계류장 관제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담당해오고 있으며, 정부 업무를 공사로 이관하는 것은 김포공항이 처음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항공사가 창립 이후 42년간 공항 시설 관리 위주로 업무를 맡아오고 있었는데, 16일부터 계류장 관제 업무로 공공교통 업무를 시작함으로써 실질적인 공항 운영자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15일 "공사의 고품질 계류장 관제 운영을 통해 항공교통을 이용하는 국민이 더욱 안전하게 항공여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