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형제들, 지방선거서도 우파연합 견인
40대 여성 당수 멜로니 '첫 여성 총리' 야심
지지율 1위 오른 이탈리아 '네오파시즘 정당'…총선 돌풍 '촉각'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 정국에 '네오파시스트계' 극우 정당이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천 곳에 가까운 지역 행정수장을 뽑는 12일(현지시간) 지방선거에서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승기를 잡았다.

특히 베로나·제노바·파르마·라퀼라·카탄차로·팔레르모 등 관심을 끈 6개 대도시 가운데 4곳에서 우파연합 시장 후보가 앞선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가 내년 예정된 총선에 앞서 여론의 풍향계를 점검하는 마지막 정치 이벤트라는 점에서 우파연합에겐 고무적인 상황이다.

현지 정가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FdI의 돌풍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의 계보를 잇는 FdI는 2018년 총선 때만 해도 득표율 4%의 군소정당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0%를 훌쩍 넘어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창당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번 선거 역시 우파연합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면 그 공은 FdI가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탈리아 정가의 '뉴스메이커'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이끄는 또 다른 거대 극우당 '동맹'(Lega)의 그늘에서 벗어나 확실한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조르자 멜로니(45)라는 젊은 리더가 있다.

언론인 출신인 멜로니는 2014년 당수로 선출된 뒤 반이민과 보수 가톨릭 이념이 녹아든 선명한 극우 색채를 바탕으로 지지세를 차근차근 확장해왔다.

2020년 2월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는 정부 방역 규제에 반기를 들어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작년 2월 출범한 마리오 드라기(74) 총리가 이끄는 거국 내각에 불참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좌·우파연합을 구성하는 주요 정당 가운데 드라기 내각에서 빠진 것은 FdI가 유일하다.

정가 일각에서는 멜로니가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우파연합의 승리를 견인해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우파연합의 수장으로 군림해온 살비니 의원은 하루가 다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멜로니의 모습에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30%를 웃돌던 동맹 지지율은 최근 수개월 간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렸고, 지금은 중도좌파 정당 민주당(PD)에도 뒤지며 3위까지 내려앉았다.

살비니는 특히 멜로니가 동맹의 정치적 기반인 북부지역 민심까지 파고들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 멜로니가 다수의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서 우파연합의 결속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난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다만, FdI가 현재 누리는 인기가 총선 표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시각도 있다.

로마 사피엔차대의 마티아 딜레티 정치학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상황으로 인해 누구도 큰 변화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정국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