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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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침체된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선다.
BTO(수익형 민간투자)·BTL(임대형 민간투자)로 고착화된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둘을 혼합하고, 사업 근접지에서의 수익 사업을 연계시키는 '당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9일 오후 재정정보원에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재부에서 최상대 기재부 2차관, 김윤상 재정관리관, 강완구 재정관리국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로는 대한건설협회, 현대건설, GS건설, 금융투자협회, KB자산운용, 공공투자관리센터, 부산연구원 내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앞서 정부는 연간 5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민자사업 규모를 10조원대로 확대해 인프라 확충과 재정건전성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소개하고 활성화 방안에 반영할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서 최 차관은 정부가 검토 중인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의 개요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 위기 대응 등으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재정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다"며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민자 대상 시설을 그간의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 중심에서 생활·산업·노후 인프라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제시했다. BTL, BTO 단일형 중심의 사업방식을 두 가지를 혼합해 추진하는 혼합형으로 다변화하고, 본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 인근에 주거, 상업 시설 등 수익 사업을 연계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업 검토를 신속화하고 사업자 금융 비용을 경감하는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과제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업수행·연구 경험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노후화된 SOC시설의 큰 폭 증가가 예상되지만 중앙·지방 정부 재정만으로 시설개선 투자에 한계가 있으므로 노후 인프라를 대상으로 민간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양한 사업이 지속 발굴·활성화 될 수 있도록 민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주무관청은 적극적으로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민간의 참여유인 제고를 위해서는 노후 인프라를 대상으로 시설 투자를 수행하는 개량운영형 방식, BTO·BTL을 혼합하여 추진하는 혼합형 방식 등 대상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사업방식 마련이 필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자금유입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펀드에 대한 규제개선 등 금융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유료도로법 개정, 사업재구조화를 통한 통행료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민자사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민자투자 규모는 6000억원에 불과했다. GTX, 경전철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몰린 2018년 12조원을 기록했지만 2019년 1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아예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민자 투자 규모가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민자사업 개념이 도입된 초창기인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최소수입보장(MRG)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투자를 유치한 2000년대(2000~2009년) 연평균 민자 투자 규모가 7조1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10~20%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최 차관은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우리 경제의 투자 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논의된 의견을 유관부처 협의 등을 거쳐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