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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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20대 대만인 유학생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두 번째 대법원 판결 끝에 징역 8년을 확정 받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사법부는 음주운전 사고를 엄벌하는 기조를 유지한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윤창호법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기존 1·2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이 A씨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당시 28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79%(면허정지)의 만취상태였다. A씨는 2012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 원과 100만 원을 선고 받은 바 있었다.

1심과 2심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윤창호법(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을 적용해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지난해 11월 헌재는 "법정형 하한을 과도하게 높이고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했다"며 윤창호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 사건은 윤창호 위헌 결정 이후 첫 파기환송 판단이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위험운전치사 양형기준을 적용해 1·2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양형위는 음주운전 등 같은 범죄를 저지른 동종누범에게 위험운전치사 가중 양형구간인 징역 4년 이상 8년 이하를 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