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소유자동의를 받지 않고 자신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서 그 저당권에 기한 경매실행으로 타인에게 낙찰되어버렸다면, 당초 부동산소유자는 위조한 사람을 상대로 낙찰되어버린 부동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배상청구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위조된 저당권에 기한 경매는 무효이어서 낙찰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초 소유권자가 소유권을 상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소개할 창원지방법원 2012. 9. 5. 선고 2011나11256호 손해배상판결은, 이런 논리에 입각해서 당초 소유자가 위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반대로, 이 사건의 1심법원은 낙찰로 인해 소유권을 상실한다고 잘못 판단하여 위조자인 피고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 전제되는 사실
가. 2005. 9. 15. 경상남도 **군 **면 **리 **빌라 제*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짐과 동시에 채권최고액 44,400,000원, 채무자 원고,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은행의 1번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1번 근저당권등기’라 한다) 및 채권최고액 20,000,000원, 채무자 원고, 근저당권자 피고의 2번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2번 근저당권등기’라 한다)가 각 마쳐졌다.
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의 임의경매신청으로 2007. 11. 19. 창원지방법원 2007타경34629호로 개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이**이 2008. 7. 18.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달 30. 위 1, 2번 근저당권등기가 모두 말소되었다. 경매법원은 2008. 8. 18. 피고에게 그가 신고한 채권액 55,079,452원 중 10,880,885원을 배당하는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그 배당표가 그대로 확정되어 피고는 10,880,885원을 배당받았다.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의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등을 보관하고 있던 구**은 원고 명의의 차용증과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위조하여 피고에게 2번 근저당권등기를 마쳐 주었고, 피고는 그에 따른 근저당권이 무효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2번 근저당권을 실행하였다. 그에 따라 이**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
그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가액(분양가 88,200,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구**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88,2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살피건대, 위조서류에 의하여 담보권 설정등기가 된 경우와 같이 당초부터 담보권이 부존재인 경우에는 이에 기한 경매절차 역시 당연무효이므로 그 절차에서 매수인이 대금을 납부하였다 하더라도 경매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담보부동산의 소유자는 이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할 리가 없으므로 피담보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76. 2. 10. 선고 75다99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2호증의 3, 5, 을 제12호증의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구**은 원고의 남편 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보존등기에 필요한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던 중 자신의 피고에 대한 2,000만 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 및 지**의 승낙 없이 임의로 원고 명의로 된 차용증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 1매씩을 각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여 2번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 구**은 위와 같은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이 법원 2010고단2500호, 이 법원 2011노856호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2번 근저당권은 위조서류에 의하여 설정된 것으로 무효이고, 이에 의하여 진행된 경매절차 역시 무효이다. 그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이**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상실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국, 이런 논리에 따르면 궁극적인 손해는 낙찰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데, 비록 낙찰자가 선의라고 하더라도 등기의 공신력이 없는 현행 법제하에서는 부득이한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 경매무효가 될 수 있는 이런 이례적인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낙찰받은 사람으로서는 누가 낙찰대금을 배당받게되는지, 즉 금융회사나 국가와 같이 배당금을 반환할 자력이 있는 측에서 배당금을 받게 되는지 여부 등까지 섬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