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자를 그 성향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한다면 안정(지향)적 투자자와 모험(지향)적 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 투자자와 모험적 투자자의 투자성향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두 투자자의 성향은 우선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적인 면에서나 투자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안정적 투자자는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선행하지는 않는다. 현재 보이는 현상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격이 오르는지 내리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 매입 후의 시세차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세대비 얼마나 싸게 매입하는 것인지, 임대수익용 부동산인 경우 현재 임대수익률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는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임대수익률이나 처분수익률도 금리이상 나와 주면 그만이다.

반면 모험적 투자자는 현상보다는 미래가치에 더 주안점을 둔다. 현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대상물건이나 주변의 변화된 또는 변화할 수 있는 모습에서 가치를 찾는다.

현재시세보다는 미래시세가 중요하고, 임대수익용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현재 수익률이 적지만 리모델링이나 업종 변경, MD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으면 최상이다. 극단적으로는 기존 건물을 헐고 신축을 통해 임대수익률 제고나 개발이익을 취하는 것까지 고려대상이다.

두 투자자의 성향은 개발호재를 선택하는 면에서도 다르다. 안정적 투자자에게 있어서 개발호재는 절대적인 투자기준이 된다. 다만 개발될 것이라는 막연한 호재가 아니라 개발계획이 확실히 발표된 후라야 투자에 선뜻 나선다.

이 경우에도 실제 개발에 착수되었거나 개발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고나서야 투자의사를 결정하게 되며,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거나 개발이 완료된 시점에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가격이 많이 올랐을 것이라는, 그리고 앞으로의 가격 상승력이 한계치에 다다랐을 것이라는 이유다.

모험적 투자자에게 있어서도 개발호재는 중요한 투자기준이 된다. 다만 안정적 투자자에게 있어서처럼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개발호재라고 하는 소재의 개발단계도 크게 중요시되지 않는다.

개발계획이 확정 발표되기 전이거나 개발계획이 확정 발표된 후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또한 개발이 진행 중인지 마무리되었는지를 가리지 않는다. 개발호재에 대한 원천 정보를 입수한 때이면 최상이고, 개발이 완료된 경우에도 자산가치의 추가상승을 바라고 과감히 투자에 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험적 투자자는 그 투자기간이 비교적 중ㆍ장기적이다. 예상했던 기대수익이 100%는 아니더라도 거의 목전에 왔다싶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오른다고 해서 섣부르게 투매하지 않는다. 그만큼 투자대상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물론 무조건 투자기간을 길게 가져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가격 하락기에 손절매를 해서라도 과감하게 빠져나오는 결단력이 있다.

반면 안정적 투자자의 투자기간은 단기적이다. 짧은 기간내 원하는 기대수익이 나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단 마음이 초조해진다. 큰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바라고 하는 투자 특성상 샀던 가격보다 조금만 올라도 이내 처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모험적 투자자와 달리 가격 상승기에는 비교적 빠른 결단력을 보이지만 가격 하락기에는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따라서 투자자금에 대한 원본 생각으로 처분을 미루다 그 이상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급매물을 찾거나 경매 등 가격 메리트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수단을 선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안정적 투자자와 모험적 투자자의 가장 큰 차이는 투자자금 성격에서 드러난다. 안정적 투자자의 투자자금은 주로 여윳돈(종잣돈, Seed Money)으로 구성된다. 대출을 통한 투자는 가급적 지양하고, 부족한 자금을 대출하더라도 그 대출액이 투자자금의 30%를 넘지 않도록 최소화한다.

이와 달리 모험적 투자자는 대출을 십분 활용한다. 대출규제가 있거나 없거나 허용하는 한도 껏 대출을 통한 투자를 감행한다. 그간의 이자 부담은 처분수익으로 충분히 감당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처분수익을 우선시한다.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수익률이 발생하는 물건이면 그것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처럼 투자자의 성향을 안정과 모험이라는 두 가지로 분류했지만 그것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 투자자에게 일면 모험적인 성향이 보이고 반대로 모험적 투자자에게도 안정적 성향이 보이듯 투자자에게는 두 가지 성향이 모두 상존해 있는 것이 어쩌면 더 정상적이다.

다만 지금 투자를 감행해야 할지 말지, 감행하게 되면 어떤 상품에, 어느 정도의 대출을 끼고 투자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종종 대두된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성향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투자성향을 구분 짓는 데에는 과거의 투자경력, 현재와 미래의 자금규모, 취향, 기대수익률, 투자기간 등이 고려돼야 함은 물론이다.

첨언하면 안정적 투자자라면 지금 시장 여건에서 시장을 관망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모험적 투자자라면 지금을 투자적기로 보고 이미 투자를 감행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험적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지금의 시장은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부동산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일시적 반등인지, 대세 상승의 조짐을 보이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이라 모험적 투자자보다는 안정적 투자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일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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