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에 따르면 2주전만 해도 강남권을 포함하여 서울 5개구에서 하락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 1주새 하락한 지역이 9개구로 늘었다.

그간 보합세를 보이던 신도시(-0.03%) 및 경기(-0.01%)도 하락세로 반전했다. 경기·신도시가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인 것은 4월 첫째 주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간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던 전세가마저도 상승폭(9월 1.2% → 10월 0.6%)이 상당히 둔화됐다.

분양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 도심 재개발, 송도, 청라, 별내 등을 중심으로 청약광풍이 불 정도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김포한강신도시 및 영종하늘도시 분양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다. 3순위 미달 후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선착순 청약에서야 간신히 마감될 정도.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냉각됐던 주택시장이 올해 들어 재차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그 상승세가 1년도 안돼 꺾이고 있는 모습이다. 2007년의 전고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말이다. 벌써 3년새 상승-하락-상승-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참으로 냄비 같은 부동산시장이다.

지금의 주택시장이 여느 때와 달리 보이는 것은 금융위기를 벗어나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인데다가 가을 이사철, 겨울철 학군, 봄철 이사철 수요 등 전통적인 거래 성수기로 이어지는 황금 수요라인이 뒷받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DTI는 LTV(담보대출비율)보다는 더 강력한 대출규제수단이다. LTV는 담보부동산별 대출한도를 정하는 것으로 차주의 소득이나 상환능력에 상관없이 부동산의 가치에 따라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갑’이 A부동산을 담보로 2억원의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B부동산을 추가로 매입하고자 할 때 B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강남3구를 제외하고 말이다. 강남3구를 제외하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서 동일차주의 중복대출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DTI는 동일 차주의 중복대출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DTI는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와 같이 ‘갑’이 A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2억원의 대출금액(원리금 상환액)이 이미 ‘갑’의 소득에 견주어 최고한도에 달한 것이라면 ‘갑’은 이제 담보대출을 통해서는 다른 주택을 추가 취득할 수 없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갑’의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A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이 아예 2억원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 대출을 이용한 투자자의 투자수요뿐만 아니라 소득이 적은 내집마련 실수요자의 주택구매력까지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기에 충분한 규제가 바로 DTI인 셈이다. LTV 규제와 달리 DTI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비록 DTI가 강남권 40%, 서울 50%, 수도권 60%로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거래 위축으로 강남권 진입수요 및 투자수요가 차단됨으로써 강남권 주택시장이 여타 지역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작금의 주택시장 침체를 전면 DTI규제 탓으로만 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참여정부시절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2006년 11월 20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상승했고, MB정부 들어 규제를 대거 완화했던 주택시장을 다시 규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채 1년도 안돼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2009년 7월 7일)한 후에도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론 DTI 규제를 비은행권까지 확대(2009년 10월 12일)하고 나서 아파트값이 진정되기 시작했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부동산시장만 가지고 흘러가지 않듯 부동산시장 역시 DTI 규제만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이를테면 MB정부 출범 이후 주구장창 이어져왔던 부동산 규제완화라는 정책적 기조가 다시금 규제로 회귀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재건축 용적률 상향,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 등) 속에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것, 점차 인상되고 있는 금리에 대한 부담 등 갖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DTI라는 규제가 가해지다보니 실수요자를 비롯한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이전과 달리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있었던 매수세마저 관망세로 전환되어 주택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위와 같은 요인이 아니라면 DTI 규제의 효과는 반감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하튼 DTI 규제로 주택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조만간 다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팔기를 조금만 더 늦춰보자는 매도인, 조금 더 기다려보면 매물이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매수인 등 시장 참여자들의 머릿속 계산이 분주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