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상 유치권이 문제되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바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공사과정에서 하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하수급인의 공사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해 하수급인이 직접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급인과의 관계에서 도급인에 대해 직접 대금청구권이 없는 하수급인이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이유로 수급인과 별개의 자격으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하수급인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수급인의 점유보조자나 대리인으로 수급인의 유치권행사를 도와주는 경우가 가능하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지만, 하수급인이 직접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례가 많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궁금해 하던 차에, 최근 부장판사로 있는 필자의 대학친구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상의한 적이 있는데, 마침 그 무렵에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필자의 고문업체로부터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 문제로 다시 질의를 받게 되어, 결국(?) 그동안 마음의 숙제거리를 마음먹고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검토해 본 결과, 충분히 독자적인 유치권행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수급인이 받지 못한 돈은, 유치권의 대상인 공사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틀림없고, 이 목적물의 소유권이 비록 하수급인이 가지는 피담보채권의 채무자인 수급인의 소유가 아니더라도 피담보채권과 유치물 사이의 견련성이 인정되는 이상 소유권문제는 유치권행사에 하등의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은, 대법원 사례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먼저, 대법원 2007.9.7. 선고 2005다16942 판결내용이다.
이 사안은 비록 ① 민법 제320조 제1항에서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은 유치권 제도 본래의 취지인 공평의 원칙에 특별히 반하지 않는 한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하고, 한편 민법 제321조는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치물은 그 각 부분으로써 피담보채권의 전부를 담보하며, 이와 같은 유치권의 불가분성은 그 목적물이 분할 가능하거나 수개의 물건인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것과, ② 다세대주택의 창호 등의 공사를 완성한 하수급인이 공사대금채권 잔액을 변제받기 위하여 위 다세대주택 중 한 세대를 점유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유치권은 위 한 세대에 대하여 시행한 공사대금만이 아니라 다세대주택 전체에 대하여 시행한 공사대금채권의 잔액 전부를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성립한다는 취지로, 사안의 쟁점인 “유치권의 불가분성”에서 원심과 판단을 달리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지만, 원심은 물론 대법원 역시 하수급인의 독자적인 유치권행사가 가능하다는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
▶ 사안의 개요
서울 은평구 갈현1동 (각 지번 생략)의 각 토지 소유자들을 대표한 소외 1은 2002. 2. 1. 소외 2에게 위 각 토지상에 7동 총 56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공사를 도급하였고, 피고는 2002년 7월경 위 소외 2로부터 위 재건축공사 중 창호, 기타 잡철 부분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도급 받은 사실, 피고는 2003년 5월경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였는데 위 소외 2가 총 공사대금 267,387,000원 중 110,000,000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157,387,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그 무렵 원심판결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신축된 다세대주택 중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한 세대이다. 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을 점유하기 시작하였고, 2003. 5. 13. 위 소외 1에게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이 사건 주택을 포함한 7세대의 주택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통지를 하였으며,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나머지 주택에 대한 점유는 상실하고 이 사건 주택만을 점유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주택에 대한 공사대금은 합계 3,542,263원인 사실, 한편 원고는 2003. 4. 25.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소외 3 등과 공유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가 2003. 12. 3. 다른 공유자들의 지분을 모두 이전받아 이를 단독소유하게 되었다.
▶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원심은, 피고가 위 소외 2로부터 하도급 받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아직 변제받지 못한 공사대금채권이 남아 있고, 소외 2에 대한 위 공사대금채권은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생긴 채권에 해당하며, 피담보채권의 채무자 아닌 제3자 소유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피담보채권과 유치물 사이의 견련성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는 소외 2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주택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런 판단은 그대로 대법원에서 유지되었다.
■ 두 번째는, 대법원 2007.5.15. 자 2007마128 결정이다.
이 사건은,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경매매각기일을 지나 매각결정기일 이전에서야 유치권의 신고를 한 사안에서, 매수신고인이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매수신청을 하여 이미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정하여졌음에도 그 이후 매각결정기일까지 사이에 유치권의 신고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유치권이 성립될 여지가 없음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집행법원으로서는 장차 매수신고인이 인수할 매각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부담이 현저히 증가하여 민사집행법 제121조 제6호가 규정하는 이의 사유가 발생된 것으로 보아 이해관계인의 이의 또는 직권으로 매각을 허가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와 다르게 판단한 원심결정을 파기한 건이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하수급인의 독립된 유치권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전제로 판단이 이루어졌다.
▶ 사안의 개요

경매매각기일 이후 매각결정기일 사이에 하수급인으로 유치권을 주장한 乙 회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즉, 甲 회사가 채무자로부터 이 사건 다세대주택 12세대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 중 골조공사 부분을 다시 乙회사(재항고인)에게 하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되, 총 12세대 중 4세대는 채무자가 직접 분양하는 반면, 나머지 8세대는 甲 회사가 분양하여 乙 회사와 사이에 그 분양대금을 일정 비율로 나누어 공사비에 충당하기로 하였으나, 다세대주택의 준공 후에도 분양이 되지 아니하자, 乙 회사가 甲 회사로부터 담보조로 이 사건 다세대주택 2세대를 인도받아 현재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안이 이와 같다면 하수급인인 乙 회사로서는 자신의 공사대금채권을 위한 독립한 유치권을 취득·행사하는 것이거나 최소한 수급인인 甲 회사의 유치권을 원용하여 행사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乙 회사의 유치권은 그 때까지 성립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 해당될 뿐, 성립할 여지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집행법원으로서는 이해관계인인 최고가매수인의 이의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여 매각을 허가하지 아니한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한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골조공사 완공부분과 다세대주택 2세대는 사회통념상 다른 물건이라는 이유를 들어 乙 회사가 이 사건 다세대주택 2세대에 관하여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매각을 허가하지 아니한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말았으니, 원심결정은 유치권의 성립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하수급인의 독립한 유치권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전제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공사를 도급한 건축주(도급인)로서는 하수급인의 유치권행사와 관련해서, 공사대금을 받은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이를 제대로 나누어주지 못했을 사태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급인의 입장에서는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수급인을 통해) 하수급인이 실제로 대금을 받지 못하였다면 하수급인의 입장에서는 목적물에 관한 견련성있는 피담보채권을 가지게 되어 유치권행사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건축주로서는 이중지급의 위험을 안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도급관계에 있는 공사현장의 경우에는 유치권문제 때문이라도 공사대금지급에 있어서 적절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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