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부동산임대관리를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를 적절하게 작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계약서라는 것은 당사자간의 합의를 문서로 표현한 것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해결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대차계약서가 매우 허술하게 작성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부모님때부터 사용해오던 유서(?)깊은 임대차계약서나 아니면 시중에 표준계약서라는 형식으로 유통되는 임대차계약서를 사용하면서, 기재된 내용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채, 계약서 빈 공란에 임대인, 임차인 표시, 기간, 임대료 등의 중요항목만을 메꾸는 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해당 임대차계약에 맞는 적절한 계약문구가 누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실제 의도하고자 했던 내용이 인쇄된 문구의 내용과 충돌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계약당시에 거론되었던 사항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향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계약서상에 서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서면으로 기재할 경우 상대방을 불신한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어서 실례가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인지 말로만 다짐을 받고 서면화해두지 않는다.
계약서작성 문화가 빈약한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계약서문화가 1장으로 된 표준계약서에 많이 의존하다보니, 특약사항기재란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특약사항란 자체가 계약서 하단에 2-3줄 밖에 없다보니, 계약내용을 자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는, 특약사항 몇줄에 원하는 내용을 모두 기재하고자, 글씨크기를 작게하여 빼곡하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부족하면 계약서 테두리 빈공간으로 계약내용이 밀려나오게 되어서, 테두리 빈공간마저 조그만 글씨의 계약문구로 채워지게 된다. 그 결과, 계약서 좋은(?) 자리는 인쇄문구의 형식적 내용들이 자리를 잡게 되고, 정작 계약당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약내용은 분량이 간략해지면서, 나쁜(?) 자리에 위치하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약사항란이 부족하면 특약사항란에는 “<별지>와 같다”라고만 기재하고, 별도의 용지를 <별지>로 하여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자세하게 기재하면 되는데도, 이런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계약서작성에 소흘한 또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법규정과 계약문구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분쟁해결을 위한 법규정이 모두 완비되어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법규정에는 분쟁해결을 위한 근간만을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밖에 사소한 부분이나 구체적인 법규정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합의라는 형식의 계약으로 보충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차임연체에 관해 아무런 합의(계약)가 없을 경우 법규정에 따른 가장 대표적인 효력은, 민법 640조에 따라 계약해지사유가 되는 것이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10조에 의한 계약갱신요구권제한사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차임연체에 따른 계약해지는 굳이 계약서에 별도로 적어두지 않더라도 이러한 법규정에 근거해서 자동적으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별도로 합의(계약)하지 않으면 차임을 연체했다고 해서 차임연체를 하지 않도록 부담될 정도의 연체이자를 부과할 수는 없다. 법규정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법 379조에 근거한 연5%의 법정이자(상거래일 경우 6%)의 청구만 가능하지만, 차임연체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임차인에게 연체에 따른 부담을 느끼게끔 연체이자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면, 연체이자에 관한 약정을 별도로 해야만 한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불경기하에서는 계약기간 이전이라도 빨리 임대차계약을 정리하고 싶은 임차인들이 많은데, 이런 임차인들에게 차임연체에 따른 계약해지의 부담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차임을 연체해서 건물주가 빨리 계약을 정리해 준다면 일부러라도 차임을 연체하려고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차임연체에 따른 연체이자약정이 더욱 필요할 수 있다.
보증금에서 차임을 공제하면 되는데 굳이 차임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치않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차임이 생계의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임이 연체되면 생활에 곤란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가 종료되고 임대차목적물을 완전히 명도받을 때까지 임차인의 차임연체 뿐 아니라 건물훼손 등에 대한 담보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임연체로 보증금이 공제되어가는 것은 건물관리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도 임대차보증금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임대차관계를 정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차임연체로 인해 임대차보증금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정리에 더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서울 압구정동 소재 점포를 임차한 의뢰인과의 상담내용인데, 상담 당시 이 의뢰인은 5개월 전에 임대차보증금 2억원에 월차임 7백만원, 계약기간은 2년으로 하여 임대차계약하고 액세서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장사를 해보니 너무 운영이 않되는데다가 주변시세에 비해 월세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결과 월 5백만원 이상의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 의뢰인은 가게를 속히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건물주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며 중도해지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했다. 그러나, 건물주는 무조건 계약기간 2년을 채우라고만 하고 임차인의 사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차임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그 건물주는 ‘임대차보증금도 넉넉하니 차임연체를 하던말던, 연체차임을 공제하고 2년 뒤에 나머지 보증금만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었다.
사실 법적으로는, 점포운영이 어렵다는 것과 같은 임차인의 개인사정을 이유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임의로 해지할 수는 없다. 임차인의 개인적인 사정이 너무 딱하기는 했지만 합법적인 계약해지방법은 전혀 없었다. 고민끝에, 그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전대하여 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손실을 최소화해 볼 것을 임차인에게 권유했다. 직접 운영해서 계속 적자가 나느니 차라리 타인에게 고정임대료를 받아 적자를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나을 것 같았다. 물론, 건물주로서는 건물관리차원에서 동의해주지 않겠지만,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전대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무단전대행위에 대해서는 민법 제629조에 기해 계약해지사유가 될 수 있고, 임대차계약서상에도 계약해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실 그것 뿐일 가능성이 크다. 이 의뢰인의 경우에도 계약서상 무단전대행위에 대해 계약해지 이외에는 별다른 불이익조항을 두고 있지 않았다. 결국, 건물주인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허술한 임대차계약서만으로는 임차인의 무단전대행위에 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이런 계기로 해서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면 이는 바로 임차인이 원하는 결과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임차인으로서는 역설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하기 위해서라도 임대인이 싫어하는 업종으로 무단전대행위를 일삼는 것이 유리하다는 논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무단전대행위는 임대차계약위반이 되어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법적인 손해배상의 책임이 임차인에게 있을 수 있지만, 임차인이 전대를 했다고 해서 임대인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생각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의 방법도 적절한 방지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임차인의 무단전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단전대행위에 대해 계약해지 이외에도 위약금 등과 같은 조항을 추가로 기재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효과적인 부동산임대를 위해서는 적절한 계약서작성이 가장 기본이고 계약서 작성에는 임대차 관련법에 대한 이해가 불가피하다. 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합리적인 약속을 하고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담보가 될 수 있는 차원에서 우리의 계약문화는 많이 바꿔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계약내용이 무엇이냐를 둘러싼 불필요한 소송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참고조문>
민법 640조 (차임연체와 해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는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계약갱신 요구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행하는 계약갱신 요구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내지 8
②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민법 제379조 (법정이율) 이자있는 채권의 이율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분으로 한다

상법 제54조 (상사법정이율)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은 연6분으로 한다

민법 제629조 (임차권의 양도, 전대의 제한) ①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② 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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