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막연히 부동산중개업자에게만 의존해서 본인 스스로의 확인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부동산중개업자의 고의 내지 과실에 기한 거래사고가 적지않다는 점에서, 중개업자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거래당사자 스스로 부동산권리관계 등에 관해 확인하고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할 수 있다.

현행 법제도와 실무상으로 볼 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완전한 피해배상은 거의 어렵다. 그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과실상계제도이다.
중개업자의 잘못으로 중개의뢰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재판을 통해서 적어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큼은 배상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부동산중개과정에서 비록 중개업자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중개의뢰인에게 발생한 손해액의 전부를 중개업자에게 배상하도록 하지 않고, 중개의뢰인 역시 본인 스스로 권리확인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중개업자에게 손해액의 일부만 배상토록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판례입장이다. 바로 과실상계에 근거한 것이다. 민법 제396조에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하고, 민법 763조에서는 이를 불법행위에도 준용하고 있다.

피해자의 과실로 인정되는 비율은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르지만 대략 3-40%선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7-80% 정도로 높게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현재 법원의 실무관행상 인정되는 중개의뢰인의 과실 참작비율이 너무 높다고 본다. 가장 일반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임대차계약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지 않아서 임대차목적물에 설정된 상당한 근저당권에 대해 알지 못한채 임대차계약했는데 결국 그 선순위근저당권으로 인해 경매가 진행되어 손해를 입게 된 임차인의 경우에, 현재 법원실무는 임차인의 과실을 참작함에 있어 대략 3-40%의 비율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차인으로서도 중개업자만 믿지 말고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서 임대차할 목적물의 권리관계를 직접 확인해 보았어야 하는데, 이를 소흘히 했다는 이유때문인데, 중개의뢰인 입장에서는 전문자격사인 중개업자에게 의뢰하여 권리관계에 대한 확인까지 모두 맡기고도 중개업자를 전적으로 믿지말고 별도로 권리확인을 해보지 않은 과실에 대한 책임으로 전체 손해액의 3-40%를 책임지라고 하면, 너무 지나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받은 수수료에 비해 수백배 이상의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중개업자측의 입장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수긍못할 바는 아니지만, 전문자격자에게 의뢰를 하고도 이를 믿지 말고 일일이 다시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흘히 했다는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는 너무 무겁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부동산거래에 관한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의 양심과 소양을 그대로 믿은 중개의뢰인의 과실을 높게 판단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일 수도 있다. 믿지 못할 사람인데 곧이곧대로 믿었기 때문에 믿은 사람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도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피해자의 과실상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개업자가 고의(악의)로 발생시킨 중개사고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의 과실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근거한다<한편, 중개업자의 고의가 아니라 “중대한 과실”에 의한 중개사고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해서는 않된다고 판단한 하급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단 208018호 판결)이 있으나, 다소 의문이다. 가해자의 고의로 발생된 사고의 경우에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지 않는 것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측이 피해자의 부주의를 주장하는 그 자체가 민법상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 근거한 만큼, 비록 사고발생에 있어 중개업자에게 경과실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이 신의성실에 반한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개업자의 고의가 인정되는 사례가 실제로는 매우 적다는 점에서,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보면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결국, 중개업자에게 개인적으로 배상할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중개업자가 가입하는 공제(보험)의 보상금액한도가 거의 대부분 5천만원으로 약정되고 있다는 점과 같은 현실을 종합한다면,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중개의뢰인에게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개업자에게 의뢰했다고 하더라도 중개업자만 믿지 말고 직접 다시 한번 권리관계 등을 챙기는 자기 방어적인 자세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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