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스마트 도시.

최초의 스마트 폰 IBM Simon이 개발된 지 25년이 지났다. 컴퓨터의 발명이 인류 문명에 큰 변화를 가져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컴퓨터와 휴대폰이 결합한 스마트폰은 일상의 의사결정에 필수인 세상이 되었다.
나아가 휴대폰만 스마트한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도 이제는 스마트 폰처럼 혁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족한 택지를 개발하고, 광역교통망을 건설하는 것이 국력을 상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여겼지만, 건설기술의 고도화는 물론, 그것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에 보다 많은 집중을 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똑똑한 '미래형 도시'이다. 도시공간에 ICT와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행정, 교통, 방범, 에너지, 환경, 물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에너지 소비량 증가, 교통 혼잡과 같은 복잡한 도시문제 솔루션을 스마트 도시에서 찾고 있다.

도시는 어떻게 똑똑해지고 있을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시민들이 데이터의 공동 수집, 시각화 및 해석을 수반하는 참여 방식을 개발해 스마트 도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도시 정보를 수집하여 도시 네트워크를 매핑하는 방식으로 운하, 도로 등 도시환경 개선에 활용하고 지능형 타일을 만들어 도로를 건너기 직전 위험을 감지하여 보행자들에게 경고 사인을 띄워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는 ICT 기업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바르셀로나 시티 OS 등 플랫폼 개발하여 여러 도시가 연결되는 ‘도시 인터넷’을 창출하여 다양한 도시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목표를 정했다. 아스팔트에 센서를 심은 스마트 주차시스템을 이용하여 빈 주차 공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주차가 되면 주변 Wi-Fi 가로등과 무선으로 연결하여 관제 시스템에 ‘주차 중’이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역시 상하이-초고속 네트워크에 집중 투자하는 등 500개 스마트시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에서는 실시간 인구 정보 시스템과 스마트 미터기, 도시 보안 감시 시스템, 주정차 지불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각국은 도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스마트한가.

우리나라는 최근 스마트시티에 대한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 및 주요 콘텐츠 등을 담은 ‘스마트 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18.7월 국토교통부)을 발표했다. 첫 시범도시로 세종시 5-1생활권(연동면 합강리)과 부산시 엘코델타시티(강서구 강동동) 두 곳이 선정되었다.
세종 5-1생활권은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환경을 4대 핵심요소로 설정하고 기존용도지역에 기반한 도시계획에서 벗어나려한다. ‘리빙/소셜/퍼블릭’으로만 구분하는 소위 ‘용도지역 없는 도시’를 만들어 토지이용계획 중심으로 개발했던 기존 신도시 조성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겠다는 시도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자연/사람/기술이 만나 미래의 생활을 앞당기는 글로벌 혁신 성장 도시’로 4차 산업혁명 관련 다양한 첨단산업을 유치/육성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혁신 산업생태계 도시, 에코델타시티를 둘러싼 물과 수변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도시 계획-건설-운영-관리 단계에서 온라인 의견수렴 및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도시’를 조성하려 한다.
정부는 기본구상안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 이들 시범도시에 접목 가능한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규제개선, 예산지원, R&D 연계, 벤처/스타트업 참여 지원, 국제협력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품위 있는 시민이 만드는 스마트 도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종과 부산은 지난해 지가변동률이 각각 7.015%, 6.507%로 전국 평균(3.879%)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세종은 올해 1분기에도 땅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1.56%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단지 기본구상 발표만으로도 지역 부동산시장의 호재가 되어 땅값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면 미래 주거가치도 오를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청사진만을 보고 자본력이 있는 자들이 미래가치 선점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공동체와 미래세대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스마트 도시는 자원 활용의 효율성과 생산성증가, 범죄감소, 기후 친화적 에너지생산과 소비 등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지속가능한 공간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계획은 실업률 증가, 경제성장률 둔화 같은 우울한 뉴스가 일상화 된 시대에 향후, 관련 산업의 고용창출과 경제성장 뿐 아니라, 도시관리 시스템과 플랫폼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스마트 도시 호재로 땅값, 집값 상승,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투기꾼들보다는 ‘잘 만든 스마트도시, 스마트폰 보다 효자 노릇’, ‘도시시스템 수출로 연관 산업 경제도 호황’ 같은 뉴스를 기대하는 것은 엉뚱한 상상일까. 유동성이 머무는 곳이 산업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면 우리 모두 경쟁력 없는 국가에 사는 어리석은 국민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어리석은 국민이 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의 본질을 보고 과욕을 다스릴 줄 아는 품위 있는 국민이 사는 스마트 도시에 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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