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300%면 개발 효과 ‘한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무산으로 침체에 빠졌던 서울 용산 서부이촌동 개발 사업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초대형 개발사업 좌초로 용산 부동산은 여전히 냉랭하지만 곳곳에서 진행되는 개발 호재에 기대감이 조심스레 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2013년 말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된 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서부이촌동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발표하고 서부이촌동 일대의 정비사업을 본격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서울시 개발계획안의 핵심은 ‘중산시범아파트’ ‘이촌시범아파트·미도연립주택’ ‘이촌1특별계획구역’ 등을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하고 용도지역을 준주거지로 상향, 용적률(잠깐용어 참조)을 300%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된 서부이촌동 동남측 연립·단독주택 밀집 지역과 중산시범 등 공동주택 단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재건축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중산시범아파트는 높이 30층 이하, 이촌시범아파트·미도연립주택과 이촌1구역은 35층 이하로 정해졌다. 다만 소형 임대주택을 기부채납할 경우 법적 상한 용적률인 500%까지 허용될 방침이다.
단독주택 지역인 이촌1구역 2만3147㎡에는 최고 35층 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서며 최고 높이 30m 규모 공공청사(복합문화복지센터)도 들어선다. 이로써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독자 개발로 방향을 돌린 셈이다.
서울시는 “이번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 마련으로 서부이촌동 일대 체계적인 도시 관리와 함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재건축사업 추진 속도에 따라 용산역세권 개발에 편입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단독개발로 최고 35층으로 재건축 가능
용산 일대는 서부이촌동 개발사업 외에도 다양한 개발 호재가 대기하고 있다. 일단 하반기 중 유엔사 부지에 대한 토지 매각 공고가 나와 1조5000억원가량 투자가 가능한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게다가 HDC신라면세점이 용산 아이파크몰에 연말 입주하는 등 개발 호재가 다양해 집값 상승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서울시 발표에도 서부이촌동 일대 집값은 당장 뛰어오르지는 않는 분위기다. 중산·이촌시범아파트 매매가는 50㎡가 2억5000만원, 60㎡가 3억5000만원으로 올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거래가 거의 없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중산시범은 지난 4월 2억5200만원에 거래된 전용면적 50㎡를 빼면 지난 1여년간 거래가 없었고, 같은 기간 이촌시범도 전용면적 60㎡ 두 차례 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촌1구역의 60㎡ 연립주택 지분도 3억2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발이 계획대로만 진행돼도 새 아파트 입주까지는 최소 7~8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주민과 투자자들은 현지 부동산이 얼마나 수혜를 입을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사업 초기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멀리서 ‘간 보기’만 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온갖 장밋빛 개발사업이 좌초되기를 거듭한 터라 이번 서울시 발표에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불신이 큰 탓이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도 굵직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한순간에 어긋나 집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재개발사업을 모두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이러다 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정도로 서부이촌동 지역 주민들 반응은 냉랭하다.
서부이촌동 일대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1970년 완공된 이촌동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좁은 땅에서의 용적률 완화와 추가부담금 증가 문제 등 구체적인 개발 내용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주민들 간의 의견 차가 극명하게 나뉜다. 주민들은 용적률 300% 수준의 서부이촌동 단독 개발 가이드라인에 대해 ‘많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주민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무산에 대한 보상과 함께 수익성을 높이려면 “기본 용적률이 40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산·이촌시범, 미도연립의 경우 대지 면적이 좁아 용적률 300%를 적용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엔사 부지 개발·면세점 등 호재 몰려
이렇듯 각 구역별 상황에 따라 시와 주민 간 의견 차가 큰 만큼 재건축사업이 다소 지체될 가능성도 높다. 서부이촌동은 시유지와 사유지가 한 구역으로 묶여 조합 설립 문제 등으로 주민 간 갈등마저 예상되는 상황이다. 차라리 공공 개발 방식이 대안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으로 오랜 기간 침체에 빠졌던 서부이촌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건 분명하다. 침체됐던 서부이촌동 부동산이 독자 개발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각 구역별 정비사업이 완료되더라도 용산 개발 기대감에 부풀었던 고점 가격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구역별로 이해관계가 얽혀서 통합 개발이냐 단독 개발이냐를 놓고 사업 진행에 난관이 예상된다.
서울시가 재정비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가운데 현재 서부이촌동 일대에는 재정비안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주민들은 용적률 상한 추가 완화 등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재정비안이 9월 중으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돼 통과되기 전까지 주민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타협(용적률 400%)을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이 일대 개발 기대감은 꺼질 수도,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용적률이 대폭 높아져 고밀도 개발이 가시화되면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도 높다.
투자자 입장에선 서울시와 주민 간 협상을 통해 개발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후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 그동안 가격 하락 폭이 큰 아파트나 지분값이 하락한 빌라, 이촌1구역 단독주택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서부이촌동 개발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이들 부동산부터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값싸게 부동산 사는 모임(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Low-Price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