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계약금 일부만 수수된 채 계약불이행 된 경우의 계약효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계약체결 과정에서, 계약서에 기재한 계약금 전부가 지급되지 못하고 그 중 일부만이 수수되면서, 나머지 계약금은 조만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체결을 예상치 못하고 물건을 둘러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가 급작스럽게 계약체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계약서상에는 총 대금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기재하게 되지만 당장 준비해간 돈이 많지 않아 기재된 계약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을 수수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분양계약이나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적지 않다.
그 후 계약이행이 문제없이 진행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약정된 계약금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계약금만이 수수된 상태에서 계약을 해약하게 되거나 계약위반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분쟁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계약금을 기준으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은 기준이 되는 계약금을 실제로 수수된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수수되지는 못했더라도 약속된 계약금 전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계약금의 요물(要物)성과 관련해서 학설상 논란이 많다. 계약금계약은 실제로 교부된 금액의 범위에서만 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다는 요물계약성을 어느 정도 범위에서 관철하느냐에 따라 학설이 다투어지고 있는 것이다. 판례 역시 분명치 않았는데 최근 들어 분명한 입장을 취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판결이 언급하는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참고로 필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인 원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다).
★ 대법원 2015. 4. 23.선고 2014다231378 손해배상(기)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는 2013. 3. 25. 피고로부터 서울 서초구 00동 100 현대00아파트 00동 000호를 매매대금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억 원은 다음 날인 2013. 3. 26. 피고의 은행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
2)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조).
나)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제6조).
3)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피고의 은행계좌로 계약금 중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4) 피고는 다음 날인 2013. 3. 26.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을 중개하였던 공인중개사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하고 피고의 은행계좌를 해지하여 폐쇄하였다.
5)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같은 날 11:30경 피고의 은행계좌에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송금하려 하였으나 위와 같은 계좌 폐쇄로 송금에 실패하자, 1억 원을 자기앞수표 1장으로 발행하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였고, 공인중개사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피고의 은행계좌를 폐쇄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6) 원고는 2013. 3. 27. 피고가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년 금제115호로 1억 원을 공탁하였다.
7) 피고는 2013. 3. 27.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년 금제6375호로 2,000만 원을 공탁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매도인은 여러 가지 사정상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매수인에게 공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본 건 매매계약은 계약금 상태임).’는 내용의 해약통고서를 보냈고, 2013. 3. 29. 위 통고서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8) 원고는 2013. 4. 24. 피고에게 ‘잔금일인 2013. 4. 29.까지 잔금을 지참하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니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해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보냈고, 그 무렵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9) 원고는 2013. 4. 29. 잔금을 지참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였으나, 피고는 그 곳에 나오지 않았다.
10) 원고는 2013. 6. 3. 피고에게 ‘피고가 2013. 4. 29. 잔금 기일에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는바, 2013. 6. 7. 오전 10시까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고 없이 당해 최고서를 통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갈음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고, 2013. 6. 4.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사실을 기초로, (1) 피고가 2013. 3. 26. 은행계좌를 폐쇄하고, 2013. 3. 29.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원고의 2013. 6. 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2013. 6. 7.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본 다음, (2) 피고는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지급받은 1,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서 정한 위약금 1억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판시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위 금원은 부당히 과다하므로 그 액수를 70%로 감액한 7,7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매도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공탁금 회수’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원고가 2013. 6. 7. 공탁금 1억 원을 회수한 이상 계약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된 것이므로, 원고가 계약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원심은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원고가 계약금을 전부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계약금 중 1억 원을 공탁하였다가 회수한 사실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 나아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은행계좌를 폐쇄하여 계약금의 수령을 거절하자 1억 원을 법원에 공탁하였다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히 해제된 2013. 6. 7. 원상회복의 일환으로 위 공탁금을 회수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해제되었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특약사항 제4조에 의해 당연히 해제되었으므로 피고의 이행거절이 문제 될 여지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특약사항 제4조가 ‘만일 2013. 3. 26.까지 계약금 중 1억 원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 별도 약속이 없는 한 최고 없이 이 계약은 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2013. 3. 27.에서야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공탁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2013. 3. 26.까지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피고가 1억 원을 수령하지 않으려고 피고 은행계좌를 폐쇄하였기 때문이므로, 원고가 2013. 3. 26.까지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데에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특약사항 제4조에 따라 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그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원고가 계약금을 전부 지급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구속력이 약하므로 피고는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1,000만 원의 배액을 상환하면 얼마든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 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계약금 1억 1,000만 원을 전부 지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위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결국 대법원은, 실무상 많은 논란이 된 계약해제 이전에 약정된 계약금 중 일부만이 수수된 사안이 아니라, 계약해제 이전에 매수인인 원고가 공탁절차를 통하여 약정계약금 모두를 매도인에게 지급한 이후에 계약해제 된 사안이라고 이 사건 사실관계를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안 자체의 해결차원에서는 여기에서 더 이상의 법리판단 없이 매도인의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금일부만이 지급된 법률관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란을 불식하는 차원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판단을 추가로 하게 된다. 이 판결의 핵심은 바로 다음과 같은 판단에 있는 셈이다.
3) 설령 원고가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일부인 1,000만 원만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음의 이유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매매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당사자가 계약금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참조).
결국,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해제(해약)를 위해서는 계약금이 전부 지급되어져야만 하고, 일부라도 미지급된 상태에서는 민법 제565조 제1항에 기한 계약해제는 불가하다는 판단을 분명히 하였다. 사실 이 부분판단은, 위 대법원판결에서 언급된 기존 2007다73611 판결취지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관련법령 및 판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민법 제565조 (해약금)
①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대법원 2008.3.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계약금계약의 요건 및 계약금 지급약정만 한 단계에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계약해제권이 발생하는지 여부(소극)
[2]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당사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의 법률관계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계약금계약은 요물계약이기 때문에 약정에 따른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계약당사자 어느 일방도 그 계약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이를 파기할 수 있도록 계약해제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피고 1이 매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통지할 때까지 아직 계약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이상,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한 관계에서도 계약금 지급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이와 같이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당해 계약이 무권대리 이외의 사유로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그 상실사유에 따른 법적 효과를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더 이상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측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매수인인 원고는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임의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위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그 계약서 비고란에 계약금 6,000만 원 중 300만 원은 계약 당일 (이름 생략)공인계좌로 넣고, 나머지 5,700만 원은 그 다음날 원심공동피고 1의 한미은행 예금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 1은 위 계약을 체결한 당일 밤 그가 대리한 원심공동피고 1이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다음날 원고가 계약금을 입금하기 전에 피고 2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파기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계약금이 교부되지 아니한 이상 아직 계약금계약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니, 매도인측은 매수인인 원고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금을 수령하기 전에 피고측이 일방적으로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부적법하여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측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매수인인 원고로서는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계약금계약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대법원 1999. 10. 26. 선고 99다 48160호 판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하되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그 배액을 배상받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계약금을 포기하여 반환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으나, 매수인이 당시 계약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던 관계로 일단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되돌려 받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하여 계약금 상당액의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매도인에게 교부한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계약금 상당액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였다면 실제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약정한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1991.5.28. 선고 91다9251 판결
매매계약을 맺을 때 매수인의 사정으로 실제로는 그 다음날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형식상 매도인이 계약금을 받아서 이를 다시 매수인에게 보관한 것으로 하여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현금보관증을 작성 교부하였다면, 위 계약금은 계약해제권유보를 위한 해약금의 성질을 갖는다 할 것이고 당사자사이에는 적어도 그 다음날까지는 계약금이 현실로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의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당사자는 약정된 계약금의 배액상환 또는 포기 등에 의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는것이 상당하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당사자의 약정 등에 의하여 계약금 일부만 수수된 상태에서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까지 가정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의 가장 핵심적이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명시적인 판단인 셈이다.
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이 점에서도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하급심판결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은,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계약금인 1억 1,000만 원으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법리에 대한 명시적 판단을 유보한 채 사실관계의 문제로 해결하였고, ② 유사한 사안의 서울고등법원 2006. 11. 21. 선고 2006나 34260호 판결은, 해약하거나 손해배상예정액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로 정해야하는지에 관하여 실제 수수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액수 전부라고 결론지으면서도 그 논리에 대해, “ ---피고(매도인)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약정계약금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약정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피고에게 있음이 명백한 이상, 원피고 사이에 매매계약 해제권유보약정의 기준으로 정한 계약금은 피고가 실제 지급받은 350만원이 아니라 약정계약금인 5,500만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계약체결 경위, 계약불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약이나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를 판단해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등, 명시적인 법리판단을 한 위 대법원 판결과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계약의 구속력을 강조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거래금액이 적지 않아 부동산거래실무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계약금 일부수수 단계에서의 분쟁에 대해 명확한 판단논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그 후 계약이행이 문제없이 진행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약정된 계약금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계약금만이 수수된 상태에서 계약을 해약하게 되거나 계약위반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분쟁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계약금을 기준으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은 기준이 되는 계약금을 실제로 수수된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수수되지는 못했더라도 약속된 계약금 전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계약금의 요물(要物)성과 관련해서 학설상 논란이 많다. 계약금계약은 실제로 교부된 금액의 범위에서만 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다는 요물계약성을 어느 정도 범위에서 관철하느냐에 따라 학설이 다투어지고 있는 것이다. 판례 역시 분명치 않았는데 최근 들어 분명한 입장을 취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판결이 언급하는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참고로 필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인 원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다).
★ 대법원 2015. 4. 23.선고 2014다231378 손해배상(기)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는 2013. 3. 25. 피고로부터 서울 서초구 00동 100 현대00아파트 00동 000호를 매매대금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억 원은 다음 날인 2013. 3. 26. 피고의 은행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
2)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조).
나)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제6조).
3)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피고의 은행계좌로 계약금 중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4) 피고는 다음 날인 2013. 3. 26.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을 중개하였던 공인중개사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하고 피고의 은행계좌를 해지하여 폐쇄하였다.
5)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같은 날 11:30경 피고의 은행계좌에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송금하려 하였으나 위와 같은 계좌 폐쇄로 송금에 실패하자, 1억 원을 자기앞수표 1장으로 발행하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였고, 공인중개사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피고의 은행계좌를 폐쇄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6) 원고는 2013. 3. 27. 피고가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년 금제115호로 1억 원을 공탁하였다.
7) 피고는 2013. 3. 27.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년 금제6375호로 2,000만 원을 공탁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매도인은 여러 가지 사정상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매수인에게 공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본 건 매매계약은 계약금 상태임).’는 내용의 해약통고서를 보냈고, 2013. 3. 29. 위 통고서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8) 원고는 2013. 4. 24. 피고에게 ‘잔금일인 2013. 4. 29.까지 잔금을 지참하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니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해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보냈고, 그 무렵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9) 원고는 2013. 4. 29. 잔금을 지참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였으나, 피고는 그 곳에 나오지 않았다.
10) 원고는 2013. 6. 3. 피고에게 ‘피고가 2013. 4. 29. 잔금 기일에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는바, 2013. 6. 7. 오전 10시까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고 없이 당해 최고서를 통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갈음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고, 2013. 6. 4.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사실을 기초로, (1) 피고가 2013. 3. 26. 은행계좌를 폐쇄하고, 2013. 3. 29.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원고의 2013. 6. 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2013. 6. 7.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본 다음, (2) 피고는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지급받은 1,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서 정한 위약금 1억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판시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위 금원은 부당히 과다하므로 그 액수를 70%로 감액한 7,7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매도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공탁금 회수’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원고가 2013. 6. 7. 공탁금 1억 원을 회수한 이상 계약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된 것이므로, 원고가 계약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원심은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원고가 계약금을 전부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계약금 중 1억 원을 공탁하였다가 회수한 사실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 나아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은행계좌를 폐쇄하여 계약금의 수령을 거절하자 1억 원을 법원에 공탁하였다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히 해제된 2013. 6. 7. 원상회복의 일환으로 위 공탁금을 회수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해제되었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특약사항 제4조에 의해 당연히 해제되었으므로 피고의 이행거절이 문제 될 여지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특약사항 제4조가 ‘만일 2013. 3. 26.까지 계약금 중 1억 원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 별도 약속이 없는 한 최고 없이 이 계약은 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2013. 3. 27.에서야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공탁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2013. 3. 26.까지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피고가 1억 원을 수령하지 않으려고 피고 은행계좌를 폐쇄하였기 때문이므로, 원고가 2013. 3. 26.까지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데에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특약사항 제4조에 따라 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그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원고가 계약금을 전부 지급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구속력이 약하므로 피고는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1,000만 원의 배액을 상환하면 얼마든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 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계약금 1억 1,000만 원을 전부 지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위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결국 대법원은, 실무상 많은 논란이 된 계약해제 이전에 약정된 계약금 중 일부만이 수수된 사안이 아니라, 계약해제 이전에 매수인인 원고가 공탁절차를 통하여 약정계약금 모두를 매도인에게 지급한 이후에 계약해제 된 사안이라고 이 사건 사실관계를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안 자체의 해결차원에서는 여기에서 더 이상의 법리판단 없이 매도인의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금일부만이 지급된 법률관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란을 불식하는 차원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판단을 추가로 하게 된다. 이 판결의 핵심은 바로 다음과 같은 판단에 있는 셈이다.
3) 설령 원고가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일부인 1,000만 원만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음의 이유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매매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당사자가 계약금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참조).
결국,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해제(해약)를 위해서는 계약금이 전부 지급되어져야만 하고, 일부라도 미지급된 상태에서는 민법 제565조 제1항에 기한 계약해제는 불가하다는 판단을 분명히 하였다. 사실 이 부분판단은, 위 대법원판결에서 언급된 기존 2007다73611 판결취지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관련법령 및 판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민법 제565조 (해약금)
①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대법원 2008.3.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계약금계약의 요건 및 계약금 지급약정만 한 단계에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계약해제권이 발생하는지 여부(소극)
[2]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당사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의 법률관계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계약금계약은 요물계약이기 때문에 약정에 따른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계약당사자 어느 일방도 그 계약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이를 파기할 수 있도록 계약해제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피고 1이 매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통지할 때까지 아직 계약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이상,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한 관계에서도 계약금 지급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이와 같이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당해 계약이 무권대리 이외의 사유로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그 상실사유에 따른 법적 효과를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더 이상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측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매수인인 원고는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임의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위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그 계약서 비고란에 계약금 6,000만 원 중 300만 원은 계약 당일 (이름 생략)공인계좌로 넣고, 나머지 5,700만 원은 그 다음날 원심공동피고 1의 한미은행 예금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 1은 위 계약을 체결한 당일 밤 그가 대리한 원심공동피고 1이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다음날 원고가 계약금을 입금하기 전에 피고 2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파기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계약금이 교부되지 아니한 이상 아직 계약금계약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니, 매도인측은 매수인인 원고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금을 수령하기 전에 피고측이 일방적으로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부적법하여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측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매수인인 원고로서는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계약금계약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대법원 1999. 10. 26. 선고 99다 48160호 판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하되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그 배액을 배상받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계약금을 포기하여 반환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으나, 매수인이 당시 계약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던 관계로 일단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되돌려 받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하여 계약금 상당액의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매도인에게 교부한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계약금 상당액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였다면 실제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약정한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1991.5.28. 선고 91다9251 판결
매매계약을 맺을 때 매수인의 사정으로 실제로는 그 다음날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형식상 매도인이 계약금을 받아서 이를 다시 매수인에게 보관한 것으로 하여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현금보관증을 작성 교부하였다면, 위 계약금은 계약해제권유보를 위한 해약금의 성질을 갖는다 할 것이고 당사자사이에는 적어도 그 다음날까지는 계약금이 현실로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의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당사자는 약정된 계약금의 배액상환 또는 포기 등에 의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는것이 상당하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당사자의 약정 등에 의하여 계약금 일부만 수수된 상태에서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까지 가정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의 가장 핵심적이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명시적인 판단인 셈이다.
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이 점에서도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하급심판결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은,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계약금인 1억 1,000만 원으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법리에 대한 명시적 판단을 유보한 채 사실관계의 문제로 해결하였고, ② 유사한 사안의 서울고등법원 2006. 11. 21. 선고 2006나 34260호 판결은, 해약하거나 손해배상예정액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로 정해야하는지에 관하여 실제 수수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액수 전부라고 결론지으면서도 그 논리에 대해, “ ---피고(매도인)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약정계약금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약정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피고에게 있음이 명백한 이상, 원피고 사이에 매매계약 해제권유보약정의 기준으로 정한 계약금은 피고가 실제 지급받은 350만원이 아니라 약정계약금인 5,500만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계약체결 경위, 계약불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약이나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를 판단해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등, 명시적인 법리판단을 한 위 대법원 판결과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계약의 구속력을 강조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거래금액이 적지 않아 부동산거래실무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계약금 일부수수 단계에서의 분쟁에 대해 명확한 판단논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