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원톱 맡기고 황희찬 왼쪽에서 '공생'…정우영 활동량으로 공격 속도 높여
후반전 수적 우위 점하고도 위험한 장면 노출…수비는 '글쎄'

'손톱+작우영 엔진' 통했다…전술 변화로 칠레 잡은 벤투호
'손톱(손흥민 원톱)' 공격 전술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라는 '새 엔진'을 가동한 벤투호가 칠레를 상대로 치른 '모의고사 2교시'를 무난하게 치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친선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6월 A매치 4연전의 2번째 경기인 이날 칠레전은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우루과이에 대비하는 경기였다.

한국은 지난 2일 브라질전에서 1-5로 완패했다.

전술과 선발 명단을 잘 안 바꾸는 벤투 감독은 칠레전에서 중원과 공격진에 적잖은 변화를 줬다.

기존에 자주 사용하던 '4-1-4-1' 대신 '4-2-3-1' 전술을 가동하면서 주로 2선에 배치하던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이른바 '손톱' 공격 전술을 가동한 것이다.

'손톱+작우영 엔진' 통했다…전술 변화로 칠레 잡은 벤투호
최전방을 책임지던 황의조(보르도)는 벤치에 앉힌 가운데, 황희찬(울버햄프턴)과 나상호(서울)를 각각 2선 좌우에 배치했다.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비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2선의 중앙에 배치했다.

'손톱'은 성공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인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면서 2선 공격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생겼다.

손흥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공격 장면도 많이 나왔다.

선제골도 2선의 황희찬 발끝에서 터졌다.

황희찬은 전반 12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칠레 골문을 열어젖혔다.

손흥민도 경기 내내 좋은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영점 조절'이 덜 됐는지 필드골은 넣지 못했으나 후반 46분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책임졌다.

'손톱+작우영 엔진' 통했다…전술 변화로 칠레 잡은 벤투호
황희찬은 소속팀에서 주로 왼쪽 공격수로 뛴다.

대표팀에서 마찬가지로 왼쪽이 주 포지션인 손흥민과 자리가 겹치는 문제가 있었다.

손흥민의 최전방 이동, 황희찬의 왼쪽 배치 카드는 앞으로도 벤투호의 공격력을 배가시키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던 황인범(서울)을 아래로 살짝 끌어내려 정우영(알사드)과 '더블 볼란테'를 세운 선택도 효과가 있었다.

정우영(알사드)은 브라질전에서 홀로 톱클래스 선수들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었다.

황인범이 그 옆에서 부담을 나누면서 중원은 안정감을 찾았다.

여기에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변화한 중원과 공격진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며 벤투 감독의 새 전술에 경쟁력을 더했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하는 능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많은 활동량이 강점인 선수다.

'손톱+작우영 엔진' 통했다…전술 변화로 칠레 잡은 벤투호
그가 종횡무진 2선과 3선 사이를 오가면서 벤투호의 공격 속도는 브라질전 때보다 2배는 빨라질 수 있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작우영(작은 정우영)'을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배치하면서, 그가 미드필드 싸움에 가세함과 동시에 손흥민, 나상호, 황희찬과 유기적으로 스위칭하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면서 "정우영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배치는 합리적인 면이 많아 보인다"고 호평했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에서 5골을 허용한 수비진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브라질전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 2명의 변화를 줬다.

왼쪽부터 홍철(대구)과 권경원(감바 오사카), 정승현(김천), 김문환(전북)이 포백 라인을 형성했다.

새 수비진은 무실점으로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

특히 잉글랜드 무대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185㎝ 장신 스트라이커 벤 브레레턴(블랙번)을 잘 막았다.

브레레턴은 2021-2022시즌 22골로 챔피언십(2부 리그) 득점 랭킹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큰 선수다.

'손톱+작우영 엔진' 통했다…전술 변화로 칠레 잡은 벤투호
다만, 수비진에 당장 합격점을 주기는 어렵다.

후반 7분 칠레 윙백 알렉스 이바카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한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도 몇 차례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며 팬들을 마음 졸이게 했다.

또 칠레는 세대교체 중이어서 선수 구성이 사실상 '1.5진급'이었다.

그간 전력의 핵심으로 평가되던 알렉시스 산체스, 아르투로 비달(이상 인터밀란)이 빠졌다.

오늘 선발 출전한 칠레 선수 가운데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 우루과이와 최종전에 출전한 선수는 4명에 불과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브라질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선수들의 위치 조정, 포메이션 변화로 해결하려 한 점은 좋게 평가할만하다.

전술적 융통성에 대한 희망을 봤고, 공수 전환의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인정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여전히 상대의 강한 압박에 불안감을 노출했다.

공격 시에 더 효율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갈 필요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