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유통업체들이 쌓여가는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비 행태가 예상보다 빠르게 ‘포스트 코로나 패턴’으로 바뀐 영향이다. 이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유통업계 실적 악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평상복과 가정용품 등을 위주로 구매하던 미국인의 소비 패턴은 최근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에 따라 소매기업의 재고 압박이 심해졌다. 소매·유통기업들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초저가 판매에 나서게 되면 이들 기업의 수익성이 훼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는 코로나19 동안 인기가 많았던 평상복, 식기 등의 재고가 크게 늘었다. 제프 가넷 메이시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몇 주 새 많은 쇼핑객이 출근이나 사교 모임을 위해 정장과 드레스 등을 찾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소비 행태 변화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 체인업체 콜스는 1분기 재고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월마트 재고량도 33% 정도 증가했다. 올해 4월 기준 아메리칸이글의 재고는 46% 급증해 주요 의류업체 가운데 재고량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갭과 어반아웃피터스도 각각 전년에 비해 34%, 32% 재고가 더 쌓였다고 밝혔다.

이날 이코노미스트는 “예상외의 재고가 쌓이면 기업의 수익과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