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플랫폼 기업과 시장 경쟁
아마존은 세계적인 온라인 유통기업이다. 한국 아마존은 아직 없지만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아마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아마존은 여러 면에서 이해가 어려운 현대 경제의 산물로 여겨진다.

아마존의 지난해 매출은 4698억달러(약 558조7500억원)다. 2021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조6370억달러이고 오스트리아는 4330억달러, 이스라엘은 4070억달러 정도였으니 아마존의 한 해 매출이 얼마나 큰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의 순수익은 2021년 기준 330억달러 정도로 순수익률이 7.1%에 그친다. 유통기업의 순수익률로는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시가총액은 1조2381억달러(6월 1일 기준, 약 1551조5404억원)로 우리나라 GDP와 맞먹는다. 즉 아마존 주식을 모두 팔면 우리나라 GDP 수준의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원래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고 전 세계를 상대하는 인터넷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아마존 웹서비스라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도 유명하다.

아마존의 순수익은 매우 큰 규모지만 순수익률은 낮고 반면 시가총액은 크다. 이 부분이 해외 경쟁당국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점이다. 즉 순수익률이 낮은데 어떻게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치가 그렇게 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잠정적인 답은 아마존이 영업에서 남기는 이윤이 작다기보다 미래를 향한 투자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아마존은 현재 유통 영업에서 큰돈을 벌지만, 그중에 많은 액수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투자의 큰 부분이 공격적인 기업 인수인데 아마존은 자신의 인터넷 상점에서 파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 아마존 계열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아마존 인터넷 상점에서 경쟁 기업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경쟁당국의 생각이다.

아마존의 영업이 친경쟁적인지 반경쟁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아마존 덕분에 소비자들이 많은 물건을 싸고 빠르게 살 수 있고, 또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쉽게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어 거래가 활성화됐다. 거래의 활성화는 그 자체로 소비자 후생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거래 증가로 아마존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 기업들이 도태된 것도 사실이다. 경쟁당국들은 이렇게 덩치를 키우는 아마존이 투자에 막대한 돈을 써서 현재는 순수익률이 낮지만, 미래에 경쟁자들을 모두 없애고 나면 소비자 후생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이 계열사가 생산하는 물건을 우대한다는 의심은 아마존의 기업 인수 시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마존은 자사 계열사 우대 혐의를 부인하지만 만일 이런 일이 실제 이뤄졌다면 이는 명백히 반경쟁적인 행위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국내 한 인터넷 플랫폼에도 제기됐고 규제 대상이 됐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은 이미 여럿 존재하고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쿠팡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T)을 사용해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어느 정도 생산까지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다가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규모를 못 이겨 성장을 멈췄는데 이제는 그런 제한적 요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거대 기업에 대한 규율을 마련하는 데 경쟁 규제 당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중개 업무는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고 또한 소비자가 경쟁 기업에서보다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등 긍정적 후생 효과를 낸다고 여겨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커지면서 경쟁 기업들이 도태되는 결과가 생겨나는 등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마련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면서 민간의 창의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독점의 폐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