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조건 속에서도 노력 당부…"제도 개혁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대검 차장 "귀양살이 중 목민심서 쓴 다산처럼 최선 다해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가 귀양살이 중 '목민심서'를 쓴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을 본받아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임무를 수행하자고 대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차장은 30일 대검 각 부서에 보낸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라 이름한 뜻'이라는 글에서 "법령과 제도 전부를 개혁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제도를 새로이 만들고 개혁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그래서 다산은 제도 개혁안인 '경세유표'에 갇혀있지 않고, 우선 현행 법령 안에서 백성을 구제할 방법을 찾아 현실적 방책인 '목민심서'를 쓴 것"이라고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1801년 신유박해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그는 18년 동안 이어진 귀양살이에서 '경세유표'(1817)나 '목민심서'(1818) 등 저작을 남기는데, '경세유표'가 토지개혁론 등 국가행정론을 다뤘다면 '목민심서'는 지방 관리의 마음가짐과 자세 등 지방행정론을 연구한 결과다.

이 차장은 "'심서'(心書)라는 두 글자에는 귀양살이하는 중죄인인 다산의 안타까움과 서러움이 담겨있다"며 "비록 '목민'(백성을 보호하고 돌본다)의 간절한 마음은 갖고 있지만 중죄인의 처지에서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마음속으로만 '목민'하는 책을 '심서'라 이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심서'에 머무르지 않고 눈앞에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이를 기쁘게 생각하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이날 이 차장의 메시지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검찰 상황을 유배 중이던 정약용의 처지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몸이 묶인 다산도 끊임없이 고민과 노력을 했으니 검찰도 전력을 다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이 차장은 취임 후 지난 23일 첫 출근길에 "바뀐 법률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면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사건 한건 한건마다 성실하게, 전력을 다해서 수사·기소하고 재판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마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라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사흘 뒤 간부회의에서는 "신속히 관련 기관 협의와 협업을 진행하고 후속 법령을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