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45만t 묶였지만…포스코인터의 '식량 뚝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현지에서 운영 중인 식량사업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식량사업을 7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련 사업 확대에 더 고삐를 죈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가동이 중단된 지난 2월 말부터 이달 28일까지 수출이 막힌 곡물 물량은 약 45만t으로 추산된다. 올해 터미널 가동 물량(175만t)의 25% 수준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를 사업 육성 과정의 불가피한 ‘수업료’로 받아들이고 식량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의 100대 사업과제인 식량사업은 지난 3월 포스코가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7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평소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이 “국가 식량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 수출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곡물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올해 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도 안 될 정도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터미널은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출가가 낮을 때는 곡물을 저장해뒀다가 수요가 급증할 때 파는 식으로 가격 변동에도 대비할 수 있다. 2020년에는 사료용 밀 6만8000t을, 지난해에는 식용 옥수수 2만3000t을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사례가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곡물터미널 지주사법인을 세웠다. 관련 사업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적 지배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또 우크라이나 영농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식으로 현지 영농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