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신임 추기경(오른쪽).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신임 추기경(오른쪽).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 탄생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발탁된 유흥식 라자로 신임 추기경(70)이 주인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추기경을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을 발표했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추기경은 종신직으로, 현재 세계 추기경 수는 200여 명이다. 세계 모든 추기경이 모인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새 교황을 뽑는 투표인 ‘콘클라베(conclave)’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 유 신임 추기경도 80세를 넘기기 전까지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추기경은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라테라노대는 교황청 산하 대학이다. 이후 그는 대전 대흥동 본당 수석 보좌신부, 솔뫼성지 피정의 집 관장,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총장 등을 거쳐 2003년 주교로 서품됐다. 2005년부터 대전교구장을 맡아왔다.

지난해 6월에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세계 사제·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자리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congregations)의 장관은 대부분 추기경이어서 당시 유 대주교도 조만간 추기경에 서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대교구장이 아닌, 교구장이 추기경 자리까지 오른 건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그간 한국에서 서임된 추기경들은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이었다. 한국 천주교가 지금까지 배출한 추기경은 선종한 고(故) 김수환 스테파노·정진석 니콜라오와 염수정 안드레아 등 3명이다. 유 신임 추기경은 장관에 임명된 지 약 1년 만에 추기경에 오른 것이다.

유 신임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 사상 첫 교황청 장관 출신 추기경으로서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하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사람이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도 유 추기경이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청하는 서한을 보낸 게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하신다”며 “교황의 방북을 주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의 서임식은 오는 8월 27일 열릴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