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외교부장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 맞춰 발표…中 영향력 차단 포석
피지, 美 주도 IPEF 참여…美中, 인도·태평양 패권 경쟁 가열
피지가 남태평양 도서국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키로 했다고 미국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발표는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 돌파를 모색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피지가 남태평양 국가로는 처음으로 IPEF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IPEF에 동북·서남 아시아, 오세아니아, 태평양 도서국 등이 참여하면서 지역적 다양성을 갖추게 됐다"며 "참여국들은 자유롭고 열린 번영의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단결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을 순방 중이던 지난 23일 IPEF 공식 출범 행사를 개최했다.

IPEF는 중국이 양자 협력은 물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한 다자 경제협력을 강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협의체다.

IPEF 출범식에는 미국, 한국을 포함해 13개 국가가 참여했으며 피지는 14번째 회원국이 됐다.

중국은 미국이 IPEF를 출범하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반발, 동남아 및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맞대응에 나선 상태다.

그 일환으로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6일부터 솔로몬제도를 시작으로 열흘간 8개 남태평양 도서국을 순방하는 일정에 들어갔다.

피지도 순방국에 포함돼 있다.

피지, 美 주도 IPEF 참여…美中, 인도·태평양 패권 경쟁 가열
미국이 중국 왕이 부장의 순방에 맞춰 피지의 IPEF 가입을 발표하는 것은 남태평양 도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최근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었는데, 미국은 이 안보협정이 중국 해군이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 협정이 체결되기 직전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솔로몬제도에 급파하기도 했다.

나아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전날 동맹 강화를 통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이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전략적 환경을 바꾸겠다는 내용의 대중국 전략을 공개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서도 "미국 패권 수호 목적"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지가 IPEF에 참여하면서 남태평양 도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