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형벌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처벌만이 능사 아냐" 지적
공정위 "공정거래법 목적, 제재 아닌 예방…연성 규범 확대해야"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제재가 아니라 예방이며, 이는 우리 기업들의 준법 경영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정경쟁연합회, 대검찰청, 한국경쟁포럼이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준법경영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 형벌제도 개선방안' 세미나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준법 경영과 상생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제재보다는 사전 예방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며, 연성 규범을 통한 법 집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공정거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천명하는 등 제재보다는 기업의 자발적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관심이 쏠린다.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의 칼날을 휘두르기보다는 사전 예방, 자율적 준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금지·제한 행위에 대부분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는 공정거래 관련 법에 대해 '형벌조항의 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격려사에서 "최근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증가함에 따라 과잉 범죄화로 인한 기업활동의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 위원장은 "형사적 제재는 경성 카르텔과 같이 경쟁 제한성이 명백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져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행위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윤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기업 스스로 공정거래법과 정책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준법경영을 실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축사에서 "정확히 필요한 대상에 대해 합리적인 형사법 집행이 이뤄진다면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와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법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허술한 법 집행에 대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은 과도한 사전 규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결국 피해는 법을 충실히 지키는 99.9%의 선량한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정거래 법 집행이 세계화되는 국제적 추세에 비춰볼 때 소극적인 법 집행은 결국 국제사회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과잉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강우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의 양벌규정에 따른 처벌 때 기업의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완비와 작동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진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기업 준법경영 문화 확산을 위해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준법 경영이 공정거래형법의 일반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