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열린 한경arte필하모닉의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 전곡 연주회에는 1000여 명의 관객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은 2000석이 조금 넘지만 스크린 영상을 볼 수 없는 합창석 등 절반 가까운 좌석을 열지 않아 ‘유효 객석’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공연은 실제 발레 공연 대신 한글·독일어 자막이 흐르는 영상을 보며 음악을 감상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125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기를 끈 한국 소재의 발레극 전곡을 초연하는 만큼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19세기 음악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국 소재 콘텐츠의 발레극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라며 “‘판타스틱’한 연주를 들으니 이 작품이 왜 잊혀졌는지 의아스럽고 아쉽다”고 말했다. 전 차관은 “‘코레아의 신부’는 문화교류적 측면에서 가치가 크다”며 “책, 영화, 드라마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는 “독일어 자막과 함께 공연을 보면서 1897년 빈에서 초연된 무대를 상상했다”며 “오늘 공연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주프리덴(zufrieden, 만족)’”이라고 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대중성도 있고, 스케일도 큰 멋진 공연”이라며 “125년 전 유럽문화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을 소재로 한 발레극이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음악이 이렇게 괜찮다는 게 더 신기했다”고 했다. 그는 “‘코레아의 신부’가 태어난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공연해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발레까지 복원하면 공연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악장별 표제에 맞게 발레를 입힌다면 100여 년 전 외세의 각축장이던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과 사랑의 대서사시가 드라마틱한 고전발레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한류의 시대에 세계에서 사랑받는 발레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9세기 말 유럽인들의 편협된 시각이나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은 설정은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긍수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회장(중앙대 교수)은 “한국 안무가들이 도전해볼 만한 음악과 작품”이라며 “하지만 보다 한국적으로 춤을 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재홍 한국발레협회장은 “음악이 아름다워 발레를 같이 봤으면 좋겠다”면서도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대에 창작된 만큼 한국의 색채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근호/구은서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