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과정의 상해를 별도로 보기 어려워"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살인,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던 여성 A씨는 2020년 5월 교내 동아리 모임에서 남성 B씨와 만남을 시작했다. 교제 한 달 만인 그해 6월 B씨와의 동거를 시작한 A씨는 야구방망이 등 둔기로 B씨를 수시로 구타했고, 흉기로 피부를 훼손하기도 했다.
당시 A씨는 B씨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주도했고, B씨는 A씨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심리적으로 초조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으로 A씨에게 종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1월 육체적 학대 행위로 거동이 어려워진 B씨가 화장실 바닥에 배설물을 흘리자 A씨가 이에 분노해 둔기로 내려쳐 살해했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평소 피학적, 가학적 성적 취향을 가져 이에 따른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상처를 촬영해 이메일에 기록을 남겼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A씨가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면 전 남자친구에게 돌아가겠다고 협박한 내용 등을 남긴 점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이 확정되자 A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어 상해치사죄에 해당하고 형이 무겁다는 이유 등으로 항고했다. 검찰 역시 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특수상해와 살인 가운데 살인죄만 법적으로 인정하고 감형했다. 살해 과정에서의 상해 행위를 별도 범죄로 인정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성립한 이후에 있었던 상해 행위는 포괄적으로 살인 행위에 흡수되기 때문에 별도의 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살인 전후에 있었던 상해 행위를 구분하기 어려워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유족과 합의하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