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단체 등 회견…사상자 보상·치료, 경영책임자 엄중처벌 촉구
사고원인 '가스역류'와 '원·하청 간 소통차질' 거론…"책임은 원청에"
"에쓰오일 폭발 진상 규명하고, 국가산단 안전대책 수립해야"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에쓰오일 폭발사고 진상을 규명하고, 국가산업단지 안전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24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산단의 노후화에 따른 사고 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안전 관리를 매번 확인하면서 울산시민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더는 중대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3가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3개 요구사항은 ▲ 에쓰오일 폭발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 ▲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사과와 치료·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에 나설 것 ▲ 연이어 발생하는 국가산단 폭발사고에 대한 안전체계를 수립하고, 노후산단특별법 제정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이다.

한편 운동본부는 자체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사고 당시 상황, 추정 원인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작업에 투입된 하청 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는 에쓰오일에 상주하면서 밸브 정비작업을 하는 '아폴로'다.

사고 당일 오후 3시께 에쓰오일이 알킬레이션(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를 추출하는 작업) 공정의 부탄 컴프레셔 밸브 고착 해소를 위한 정비작업을 아폴로에 요구했다.

정비작업에 앞서 에쓰오일 노동자들이 배관 안에 차 있는 가스를 배출하는 '퍼지 작업'을 진행했고, 오후 8시께 아폴로 노동자들이 정비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자들이 가스 측정기로 잔여 가스를 확인하며 볼트를 풀던 중 갑자기 가스 감지기가 울리며 가스 새는 소리가 심해지더니 약 20∼30초 후 폭발이 발생했다.

가스 누출 반대 방향에 있던 노동자들은 아래층으로 대피했지만, 가스 누출 방향에 있던 노동자들 쪽에는 대피 공간이 없었다.

결국 사망자 1명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6층에서 추락해 1층에서 발견됐고, 중상자 4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에쓰오일 폭발 진상 규명하고, 국가산단 안전대책 수립해야"
운동본부는 "에쓰오일은 시운전 중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지만, 현장 작업자들은 밸브 정비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돼 폭발이 발생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라면서 "가스가 누출된 원인은 사고 현장과 연결된 탱크에 가스가 유입되면서 탱크 내부 압력이 높아져 자동으로 가스가 역류했을 가능성, 또는 긴급작업으로 원·하청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컨트롤룸에서 가스 공급 장치를 가동했을 가능성 등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라고 밝혔다.

이어 "위험한 작업임에도 현장에는 에쓰오일의 작업관리자도 없었고, 작업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라면서 "무엇보다 잔류가스 배출이나 작업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하청 노동자에게는 없었으며, 원인이 무엇이든 그 책임은 온전히 원청인 에쓰오일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에쓰오일이 최저낙찰제로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하청업체는 이윤을 짜내려고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공기를 단축하는 등 노동강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게 됐다"라면서 "에쓰오일과 아폴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족과 가족, 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고 대표이사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에쓰오일 폭발 진상 규명하고, 국가산단 안전대책 수립해야"
/연합뉴스